한국일보

요한나와 베스파시아누스

2013-08-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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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구(목회학 석사과정)

"아, 슬프다! 이스라엘의 속죄의 번제소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내 아들아 슬퍼 말라, 우리에게는 아직도 하나 더 그에 못지않은 속죄의 길이 남아 있다. 그것은 긍휼을 베푸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긍휼이라는 성경말씀도 있지 않으냐!“ 유대인 랍비 요한나의 말이었다.

10개 군단을 이끈 로마군의 포위아래 있었던 예루살렘 함락순간이 임박하고 있었다. 그 때 카나임이라는 과격파가 유대인을 성 밖으로 못나가게 지키고 있었다. 랍비 요한나는 미래의 유대인을 위해 한 알의 씨를 뿌리려면 로마사령관을 만나야겠다고 생각, 하인들을 시켜 중병에 걸렸다고 하고 그 다음날 죽었다는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그리고 요한나가 들어있던 관은 과격파들로부터 가까스로 허락을 받은 끝에 성을 빠져 나갔다. 관 속에서 나온 요한나는 로마군 사령관을 보자 “황제여!” 하고 불러 기묘한 장면이 벌어졌다. 로마군 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는 일찍부터 그가 위대한 학자인줄 알고 있었는데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는 도중 로마에서 온 파발이 급히 와서 로마황제가 죽었다며 원로원에서 사령관을 황제로 선출했다고 했다. 사령관은 더욱 놀라 요한나의 어떤 부탁도 들어주겠다고 하였다.

요한나는 팔레스타인 지방의 작은 해변마을 야브네를 지켜줄 것을 부탁하니 그 제안을 쾌히 받아들이면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보잘 것 없는 소원이었기 때문이다. 야브네에는 대학이 있어 많은 학자들이 그곳에서 성서를 가르치고 있었다.
예루살렘이 파괴되었을 때 요한나 벤자카이는 야브네에서 성서를 읽었고 대학의 교수들과 상복을 입고 야브네에 최고 재판소를 재건했다. 그로 인해 유대인의 많은 인재를 배출하여 요한나는 긍휼을 가르친 유대인의 큰 별로 역사에 기록됐다.
로마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는 로마의 황태자이며 세리피스신의 은고를 받아 알렉산드리아에서 한 여자 장님의 눈에 침을 발라 눈을 뜨게 해주었다는 기적에 대해 역사가들은 언급했고 로마역대의 위대한 왕으로 기록됐다.

수많은 유대인들의 피는 산을 덮고 강을 이룬다고 한다. 우리 한국은 수많은 애국자들의 혼혈이 살아 숨 쉬는 역사 속에 기록돼 있으며, 이름 없는 고지와 역전의 무명용사들이 흘린 애국의 피가 산속에서. 들판에서. 강을 따라 우리 가슴에 젖어 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저 불쌍한 우리의 동족, 젊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무대 위에 올려놓고 시효기간이 다 돼가는 북한의 정치꾼들이 정치 춤을 추는 모습은 실로 가엾다. 제목은 ‘불바다’라고 하면서.

뿌리가 없는 나무는 서 있는 통나무와 같다고 한다. 이제 그 나무는 뿌리가 썩어 무너질 날이 머지않았다. 분단의 아픔을 치료할 능력의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나를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니 너희가 나아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같이 뛰리라.” 하나님의 긍휼이 삼천리금수강산에 임하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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