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도국 근무 64년

2013-08-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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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뉴저지 주 노스 헤일든에 사는 프랭크 북스테이버(Bookstaver) 씨는 금년 85세이며 철도국에 64년 동안 근무함으로서 미국 철도국 근속의 새 기록을 세웠다. 그는 15세에 정거장 청소를 시작하였으며 21세에 정식 철도국 직원으로 채용되어 오늘까지 근속하였고 앞으로도 1년 반을 더 다니고 은퇴하리라고 한다. 참으로 꾸준한 사람이다.

존 브래들리 씨는 그랜드캐니언에서 관광객들을 위하여 노새를 부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하여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손님 중 가장 성미가 급한 사람들은 도시에서 온 회사 중역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처음 노새를 타면 그 느릿느릿한 걸음에 신경질이 나서 욕을 하고 고함을 지르며 노새의 배를 차는 등 성미를 폭발시킨다.


그러나 노새들은 본래 성격이 느긋하고 손님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하여 천천히 걷도록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장 족속들이 아무리 바빠해도 자기의 페이스대로 천천히 움직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두 시간만 노새를 타면 그들에게서 초조한 빛은 어느덧 사라지고, 신경질도 멈춰지며, 노새처럼 느긋해져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노새 철학을 배울 필요가 있다. 돈 들여 그랜드캐니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라도 노새에 탄 기분을 느껴 보는 것이 정신위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네트를 내리고 테니스를 치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는 것보다 비탈길을 걷는 것이 등산의 맛을 더해 준다. 쉽게 살겠다는 말은 불행하게 살겠다는 말과 별 차이가 없다. 인생이라는 나그네 길에 꼭 필요한 두 가지 장비는 소망의 지팡이와 인내의 신발이다.

어려움에 대한 무기는 인내이다. 인내는 굴이 진주를 만들듯 끝까지 참아야 열매를 거둔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야고보서 1:4)라는 성구는 영역(kjv)이 명백하다. let patience have her perfect work 즉 “인내로 하여금 그의 작업을 완성케 하라”는 뜻이다. 잘 참다가 중간에 포기하면 그 동안의 인내는 물거품이 된다. 작은 배의 큰 돛이 짐인가? 작은 새의 큰 날개가 짐인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전진의 동력이다. 인내도 그와 같은 것이다.

우리의 좁고 얕은 판단으로 신을 나의 작은 상자 속에 가두어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하나님은 알고 계시고, 인간의 시간을 초월하여 때로는 느린 속도로 때로는 오래 기다리시며 그 계획을 추진하시는 것이다.
지구나 해와 별들, 천체를 만드실 때도 하나님은 은하계(galaxy)로부터 시작하여 우주로 확산시키며 수십만 년을 기다리신다. 아름다운 골짜기를 만들기 위하여 작은 시냇물부터 시작하여 수 천 년을 기다리신다. 나무 한 그루를 위하여 작은 씨부터 시작하여 오래 기다리신다. 구세주를 주시기 위하여 이스라엘을 수 천 년 전에 택하여 준비 작업을 하시고 한 갓난아기로부터 시작하셨다. 흔히 우리를 괴롭힌다는 것들, 즉 걱정 불안 실망 등의 문제는 하나님의 넓은 섭리와 느린 속도에 대하여 우리가 참지 못하는 경우를 말할 때가 많다.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 자기 존재의 의미를 아는 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속도를 무시하고 광야에서 시속 3마일로 40년 동안 이스라엘과 함께 천천히 걸어가셨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우리를 가르치시기 위하여 동행하는 시속 3마일의 느린 속도를 ‘사랑의 속도’라고 부르고 있다.

하나님은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죄인이 돌아오기 전부터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계시는 넉넉한 사랑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도덕적인 수준에 구애 받지 않는 높은 하늘과도 같다. 예수의 십자가로 보여 주신 사랑이 곧 하나님의 사랑이다. 복음서 전체는 예수의 깊고 넓고 높은 사랑 이야기, 곧 하나님을 증거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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