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심적인 일본인도...

2013-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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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광복절 전 날인 14일 ‘제1회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인도네시아 등 19개국 17개 도시에서 기념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특히 동경 신주쿠 구가시와기 공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 회원인 일본 시민 150여명이 신주쿠 거리를 행진하며 8월 14일을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유엔 기념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 양심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인 8월 14일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김학순(1997년 작고)씨가 피해사실을 증언하는 공개회견을 가진 날이다. 이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 발표 계기가 되었다.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보고서 ‘고노 담화’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청취하고 현장 실사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 뒤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총리는 작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때 고노 담화 수정론을 제기했었고 총리 취임 후 우경화로 가고 있어 일부 일본인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전쟁과 한 여자’라는 영화를 통해 강간, 살인 등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일본이 각 국에서 저지른 만행을 고발한 영화의 연출자 이노우에 준이치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눈 감으면 미래를 보지 못한다. 종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고 무라야마 담화를 인정하지 않는 지금의 일본은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치부를 고발하는 작품에 어렵게 제작비를 모았다. 일본에도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지닌 이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본 정부의 과거 부정과 역사적 왜곡, 망언과 달리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일본인도 제법 있다. 위안부 문제 관련 문건 발굴 및 발표를 하는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최초로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인정하고 사과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위안소를 사용했다고 고백한 전직 일본군 등등, 특히 지난 2007년 미 하원에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마이클 혼다 미 연방하원의원(캘리포니아)의 용기는 놀랍다.

“많은 이가 일본계 미국인이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 이 문제는 국적이나 피부색의 차원이 아니다. 이것은 마음속에서 무엇이 옳은 가를 따져보는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인 3세인 그는 모국의 치부보다도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 것이다.마이클 혼다 의원은 지난 6월 뉴저지주 팰팍의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책임을 인정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또 더 많은 일본인들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를 기대하며 미래 세대가 학교에서 역사를 정확히 배워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현재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의 문제를 떠나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한인들은 그 화제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보스턴의 아이비 리그에 포닥으로 와있는 조카 부부가 뉴욕을 방문하면서 뉴저지 팰팍의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를 가고 싶다고 했다.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을 하여 시간상 가지 못하고 다음번에 가기로 했지만 조카 부부가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전날 뉴욕시내 관광을 하지 않고 팰팍으로 갔을 것이다.

뉴저지 팰팍에 미국내 최초의 위안부기림비가 세워지면서 롱아일랜드와 버겐카운티 지역에 제2, 제3의 기림비가 세워졌고 LA 글렌데일시에도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복제하여 제막됐다.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기술한 일본 교과서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본인,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면 일본의 미래가 없다는 일본인, 이들에게 극우주의자들은 배신자라고 하겠지만 이들이야말로 양심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자들이다.

이처럼 감동을 주는 지성, 행동하는 지성을 볼 때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1533~1592)의 말이 떠오른다. “모든 덕 중에서 가장 강하고 고결하고 자랑스러운 것은 진정한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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