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2013-08-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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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정신적, 육체적으로 점점 쇠퇴·쇠약해 질 수 있다.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이 되기 쉽다.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생을 살 수밖에 없다. 괜히 자식들 눈치만 살피게 되고 자신만의 취미와 창조적 삶과는 거리가 멀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년을 즐겁고 보람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1828년 9월9일에 태어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는 1899년 만 71세가 되던 해에 그의 작품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활>을 출간했다. 이 작품은 61세 때에 구상이 되어 10년이란 세월을 거친 다음 세상에 나왔다. 그는 <부활> 다음에도 몇 편의 작품을 더 썼고 1910년 11월20일 82세로 숨을 멈췄다.
<부활>이 세상에 나온 후 비평가 V.V.스타소프는 작품 평을 통해 “바로 이런 창조 위에서 19세기는 끝나고 20세기가 도래한다”며 <부활>을 20세기 예술의 총결산으로 보았다. 후세의 비평가들은 <부활>을 “사물에 대한 오늘의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인간의 사랑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주제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지고의 작품”이라 평한다.
71세에 <부활>을 탈고한 톨스토이는 실버세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노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져준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80을 넘겨 은퇴 후 시간이 많아진다. 노인이 되어도 무언가 해야만 된다. 머리든 몸이든 움직이지 않으면 더 늙어갈 수밖에 없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치매에 걸릴 수 있고 몸을 쓰지 않으면 온갖 지병에 걸릴 수 있다.

77세의 김선옥할머니. 지난 2월22일 청주대학에서 국문학자이자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선생과 노산 이은상선생의 시조를 비교한 ‘가람과 노산 시조의 비교연구’란 논문으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등학교 때 문학 쪽으로 대학을 가려 했으나 부모의 반대로 약학대를 나왔고 30여 년간 청주에서 약사로 살아오며 틈틈이 글을 썼다.


1995년 ‘어머니’란 작품을 통해 <창조문학>에 신인상을 받으며 시조시인으로 등단했으나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 때문에 2010년 74세의 나이에 청주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그는 남의 도움도 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한 끝에 4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게 됐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하면 된다’라는 긍정적 신념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꿈이 있으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면 된다. “젊은이 같은 노인, 노인 같은 젊은이”란 말이 있다. 김선옥할머니야 말로 젊은이 같은 노인이 아닐 수 없다. 70이 넘어도 자신이 어릴 때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을 다시 시작해 보는 거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으로 하면 된다.

연봉 30만 달러(3억여원)가 넘는 한상철(87)할아버지. 경찰직(36년간) 은퇴 후 1985년 LIG화재(현 LIG손해보험)에 들어갔다. 28년이 지난 지금 한 달 실적 평균이 150건이다. 고객이 부르면 새벽3시에도 달려간다. 서두르다 잠옷 바람으로 현장에 간적도 있다. 손해보험은 현장 방문이 제1원칙이라며 ‘발품’으로 뛴 것이 성공비결이란다.

“평생 감기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요즘도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찬물로 샤워를 합니다. 겨울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한상철할아버지의 건강비결이다. 군에 있을 때 냉수마찰을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제대하고 나서 끝났다. 다시 시도해 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 젊음의 유지는 건강의 유지가 우선돼야 함을 잊어선 안 되겠다.


얼마 전 기자회견이 있었다. 회견을 청한 단체의 고문·임원들과 회견을 하는 중에 나이를 질문했다. 82세, 82세, 76세, 75세, 73세. 평균 77세다. 그들은 젊은이같이 흥분하며 자신들의 행사를 홍보한다. 다민족을 위한 선교대회다. 히스패닉과 흑인 그리고 중국인 등에게 말씀과 찬양을 들려주고 후에는 만찬까지 제공한다. 너무 보기 좋다.

71세에 <부활>을 출간한 톨스토이. 77세에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문학소녀였던 김선옥할머니. 87세에 냉수마찰로 건강을 유지하면서 연간 30만 달러의 연봉을 받고 있는 한상철할아버지. 평균연령 77세에 다민족선교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할아버지들. 나이와는 상관없는 보람되고 즐겁고 아름다운 노년의 사람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Age is nothing but a nu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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