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경기 회복?

2013-08-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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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브루클린 부시윅, 와이코프 애비뉴를 지나다보면 여기가 과거 정말 빈민촌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3-4년 전만 해도 휑하던 이 동네에 오개닉 제품 전문 식품점과 커피숍들이 줄줄이 들어서고 주말에는 브런치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년전에는 니커보커 애비뉴에 허드슨사가 개발한 약 50유닛의 친환경 콘도가, 이에 앞서 트로트맨 스트릿에는 약 150유닛의 아파트단지인 ‘캐슬 브래이드’ 아파트 등 럭셔리 콘도들이 들어서면서 부시윅은 제 2의 윌리엄스버그가 돼 가고 있다.


개발 소식이 줄을 잇고 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지수가 여기저기서 발표되고 있다. 퀸즈와 브루클린의 이스트리버 강변을 따라 아파트와 샤핑몰, 리테일 업소들이 들어서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각종 경제 지수에 따르면 주택 가격도 오르고 주가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7월 주택 가격 지수 상승률은 7년래 최고치를, 제조업 지수도 2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플러싱 지역의 주택 거래 중간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38%나 뛰었다고 하니 수치만으로는 장족의 경제 회복이다.

행복한 수치에 비례해 희망도 가득차야 할 텐데 오히려 절망스러운 것은 지수와의 괴리감,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실업률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고 요즘 그 흔한 개발 탓에 해당 지역의 렌트와 주택 가격은 유례없는 오름세다. 소득이 여전히 제자리인 상황에서 오르는 렌트를 감당하느니 지역을 떠나는 것이 낫지만 일부는 발붙일 곳이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이사도 포기한다.

그동안 가족도 늘고 분명히 차곡차곡 아껴둔 돈도 있는데 더 넓은 집을 찾아 가지 못하고 결국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렌트가 뛰어도 너무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 때 렌트 1,200달러에 나온 릿지우드의 2베드룸 아파트는 1년 사이 딱 200달러가 올랐다.

렌트로 돈을 공중에 날리느니 집이라도 살까 했다가도 이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전국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뉴요커들의 내집 마련은 작년에 비해 더 어려워졌다. 2분기 중간 소득 6만6,000달러인 가구가 구입할 수 있는 주택은 시중에 나온 매물 중 30%도 채 안되기 때문이다. 주택 중간가격은 43만5,000달러다.

부동산과 경제지수는 좋아지는데 왜 소규모 자영업자와 소시민들의 삶은 계속 힘드냐는 질문에 피터 황 메릴린치 투자 담당 수석 부사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돈 있는 대형 투자 기업들이 부동산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기는 점차 나아지겠지만 앞으로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균형없이, 가진 사람만 더 많이 가지는 경기 회복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함께 부시윅을 돌아다니던 친구의 말은 되새길수록 씁쓸하다. “뉴욕시에서 위험한 곳은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치안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저소득, 중산층 시민들이 외곽지역으로 밀리고 돈있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민들이 다 외곽으로 밀려나면 우리도 그땐 뉴욕을 떠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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