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바퀴에 펑크가 났을 때

2013-08-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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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목사/ 뉴욕실버선교회)

벤자민은 60대에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먼저 보냈다. 예측불허의 생애 중에 가장 큰 펑크를 만났다. 여러 해를 절망 가운데 지냈다. 그 때 그는 실버 선교사로 부름을 받고 헌신했다. 자녀들은 강력하게 말렸다. 그러나 40년의 뉴욕에서의 삶을 다 털어버리고 홀로 멕시코로 떠났다. 농사를 지어 자비량 선교의 비전을 갖고 갔다. 멕시코시티에서 두 시간 떨어진 농촌에 자리를 잡았다. 농지를 임대하고 채소밭을 일구었다. 크고 작은 삶의 펑크들을 거듭거듭 만났다. 현지인들의 멸시도 받았다. 농기구를 몽땅 도둑맞기도 했다. 낯선 꼬레아노의 수확물을 헐값으로 사려고도 했다. 한 해는 칠면조 떼의 습격을 만나 땅을 쳐야 했고, 비가 오지 않아 흉년도 경험했다. 주택 렌트비를 내지 못해 숨어 다니기도 했고, 벼락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일어섰다. 그리고 힘껏 일구었다.

그의 유일한 동반자는 뉴욕에서 몰고 간 낡은 밴이 전부였다. 그는 가난한 멕시칸들에게 영혼의 안식처를 세워주고 싶었다. 교회가 없는 마을을 찾고 찾았다. 그래서 오르고 또 오른 동네가 해발 3천 미터의 우야빤이라는 산마을이었다. 미로처럼 좁고 좁은 골목길을 몇 바퀴를 돌았다. 그의 애마가 지쳐서 주저앉고 말았다.


스페어타이어도 없는데 펑크가 나고 말았다. 순간 앞이 캄캄했다. 도움을 청하러 낯선 집을 두드렸다. 노인 한 분이 촛불을 켜놓고 성경을 읽고 있었다. 니까르도라고 했다. 주거니 받거니 말이 오고갔다. 그는 은퇴한 목사였다. 낯선 꼬레아노는 이 마을에 교회를 세우려고 왔다고 했다. 니까르도는 조금 전까지도 그런 사람을 우리 동네에 보내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고 했다. 우연일까? 신적인 만남이었을까? 왜 하필 니까르도 그 집 앞에서 펑크가 났을까? 결코 우연한 펑크가 아니다. 저들의 만남은 이렇게 이뤄졌다.

니까르도는 자신의 과수원 한쪽 땅을 흔쾌히 교회당 부지로 내어 놓았다. 저들은 그 곳에 햇빛을 가릴 천막 휘장을 쳤다. 플라스틱 의자들을 깔아놓았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도 빠지지 않았다. 청년도 장년도 부인들도 모여들었다. 저들은 의기투합하여 땅을 파고 기초를 깔았다. 기둥을 세우고 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가난한 주민들이 정성을 다 했다. 그러나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뉴욕의 친정교우들이 정성을 모아 보탰다. 대문을 세우고 창문을 달고 지붕을 덮었다. 일층 교육관이 만들어 졌다.

지난 주일 우리들은 그의 펑크로 세워진 우야빤 그 예배당에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감사의 축제였다. 기쁨의 현장이었다. 티 없이 맑은 아이들이 나와 찬송을 불렀다. 주일학교 졸업장을 받아들고 추억의 미소를 찍었다. 예배 후 전통 음식인 타코로 식탁교제를 나눴다. 모두들 즐거워했다. 감사했다 먹으면서 생각했다. 이 우야빤 사람들의 행복은 이미 10년 전에 한 뉴요커의 삶의 큰 펑크로부터 출발되었음을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예측할 수 없는 삶의 펑크를 만난다. 오늘 내 삶의 크고 작은 펑크는 우연일까? 아니면 선택된 펑크일까?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뉴욕의 한 사람의 펑크가 3천마일 국경 밖의 우야빤 야후뚜벡 예까 아마떼 떼뗄라 메떼뻭 과우뜰라 7지역 사람들의 기쁨의 시작이 될지 누가 알았는가? 벤자민은 고백했다. "주를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지난날 삶의 모든 펑크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이 실감납니다. 뉴욕에 펑크 난 사람들 많이 내보내 주세요!" 그렇다. 일어나라 실버여! 우리는 온 세상이 부러워하는 뉴요커이다. 세상 어느 구석 어딜 가도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제2. 제3의 벤자민을 지구촌은 기다리고 있다. 이 달 27일 뉴욕실버선교학교 개강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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