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톡스와 수신제가

2013-08-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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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문화 하면 흔히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 문화’를 생각하게 된다. 미국은 실제로 가히 기름진 패스트푸드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점심때 길거리를 나서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한손에는 마실 것과 다른 한손에는 먹을 것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광경이다. 그러나 이런 패스트푸드가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인체에 해로운 음식일 뿐이다 라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느리게 먹자고 하는 ‘슬로우푸드 문화’의 중요성이 퍼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건강 키워드는 ‘디톡스(Detox)’이다. 디톡스로 다이어트 하면 살도 많이 빠진다고 하여 디톡스 다이어트 열풍까지 생겼다고 한다. 피부를 젊게 해준다는 보톡스 주사와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디톡스는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뺀다는 개념의 제독요법을 지칭한다. 장이나 신장, 폐, 피부 등을 통해 노폐물의 배출을 돕는 요법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암 환자와 같이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장 청소나 관장, 단식 등 다양한 형태의 해독요법을 통해 축적된 독소를 배출하여 생명력을 회복하려는 목적으로 시도하기도 한다. 또 오히려 디톡스 다이어트 열풍이 불어 본래 취지와는 달라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신체장기에서 독소를 빼내기 위해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 효소 디톡스 다이어트 등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몇 십년에 걸쳐 독소와 함께 몸에 붙어있는 지방이 사라질까. 그런데도 디톡스라는 단어만 붙으면 뭐든지 잘 팔리는 모양이다. 몸이야 그렇다 치고, 요즘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신적인 해독작용의 ‘맨탈 디톡스’가 아닌가 싶다. 고치다, 치유하다는 의미의 ‘힐링’과도 일맥상통할 법한 마음의 디톡스가 우리에게는 보다 더 급선무가 아닐까.


사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수 백년 전부터 몸과 마음의 디톡스를 부단히도 강조해 왔다. 바로 ‘수신제가’이다. 현자의 말씀인 大學(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선조들은 먼저 자기 자신을 말끔히 갈고 닦은 연후라야 가정이든 국가든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이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겼을 것이다. ‘치국평천하’는 관심이 없다 해도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면 수신부터 해야 할 가장들이 우리 커뮤니티에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가정사가 뒤죽박죽인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 중책을 맡을 수 없고, 정신 줄을 놓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성찰하고 돌아보지 않는 사람의 가정이 온전히 돌아갈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선조들은 행복의 근원이 자기 자신과 가정이라고 누누이 역설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시대에는 자신과 가정의 소중함은 일찍이 뒤로 밀려 버렸다. 마치 정신없이 살아야만 제대로 사는 삶인 것처럼 정신없이 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한인가정의 문제는 여기서부터 나오는 게 아닐까. 열심히 살아 가정의 안정을 찾을 만한 연령대인 한인노후 세대가 흔들리고 있다.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 사회에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노인층 부부의 가정폭행 사건이 빈번하다는 소식이다.

모든 행복의 근원은 마음의 해독과 평온인데, 수신제가의 근본 취지를 우리는 자꾸만 망각하게 된다. 그것은 문제의 근원인 자신의 과오나 단점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시로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쉴 새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아폴로 신전에 새겨진 ‘너 자신을 알라!“는 글귀를 인용해 자기의 무지를 깨달으라는 가르침을 설파했다. 문제의 원인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변해야 할 사람도 나 자신이고, 내 삶의 주인공도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 이것을 우리는 수시로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주영 주필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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