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노년층 가정폭력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2013-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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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인 노년층 부부의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뉴욕일원 한인상담 기관들에 따르면 60-70대 이상 한인가정의 상담사례 가운데 신체 및 정신적학대 등 폭력관련이 30-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얼마 전 플러싱 대로변에서 60대 남성이 부인과 말다툼 끝에 부인의 얼굴에 주먹질을 가해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다. 또 재혼한 60대 부인이 남편의 상습적 폭행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온 것도 한 예다 이 남편은 술만 마시면 입에 담지 못할 심한 욕설과 함께 신체 및 정신적으로 학대를 가했다고 한다. 상담기관의 통계는 이러한 실례가 빙산의 일각임을 보여준다.

이같은 현실은 미국이민의 최 선봉장으로 한인사회 성공신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한 이민 1세가정의 심각한 위기를 말해준다. 또 자녀의 초청으로 미국이민길에 올라 음양으로 자녀들의 이민정착에 도움을 준 노인세대도 포함돼 있어 이제 정착단계에 접어들어 안락한 생을 누려야 할 이들 노후세대의 가정폭력 사태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이민사회에서의 소외감과 무력감 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정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미국에서의 가정폭력은 형사처벌 대상으로 정도에 따라 최고 3년 징역형을 살 수 있을 만큼 중대한 범죄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타국까지 와서 힘든 이민생활을 하며 지내는 노부부가 어려움을 서로 나누지는 못할망정 주먹질을 한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노년층의 이민생활은 언어나 문화, 제도 등이 달라 적응이 젊은이보다 쉽지 않고 사회생활 적응이나 경제생활도 만만치 않은 것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폭행을 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럴수록 부부간에 더 대화를 많이 하고 배우자를 이해하고 돕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문제가 있을 경우 전문 상담기관을 찾아 상담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노인가정이 편안해야 한인사회 전체가 문제없이 든든하게 설 수 있다. 노인부부 폭행을 막으려면 가족과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과 따뜻한 배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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