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잊을 수 없는 그 사람

2013-08-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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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 광복절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여름밤의 유성처럼 조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 심 훈 선생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3.1운동 때 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에 항거하다가 투옥되어 반 년이나 모진 고생을 하였다. 그리고 출감 후 중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더 하고 돌아와 소설과 시를 써서 민족혼을 불러일으키고 민족적 애국심을 고취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한국역사에 남을 위대한 인물이다.

농촌의 불합리와 피폐한 농민들의 상실감을 일깨우기 위하여 소설 ‘상록수’를 썼고 조국의 독립을 그리며 ‘그 날이 오면’ 이란 시를 써서 민족의 혼을 일깨웠다. 다음의 시 ‘그날이 오면’에 그의 시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듯 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라도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검열로 ‘동방의 여인’ ‘불사조’는 제대로 발표되지 않아 미완성으로 남았다. 장티푸스에 걸려 35살의 일기로 사망하여 끝내 해방의 감격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그 분을 잊을 수가 없다. 그가 오래 살아 해방의 감격을 맛보았다면 문학의 한 장르를 더 펼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러나 다행인 것은 1952년에 심훈집 7권과 1996년 심훈 전집 3권이 나온 것이다. 우리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을 심훈 선생의 그 숭고한 정신과 넋을 기린다.

 김길홍(심훈 민족문학협회 회장/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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