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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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라과디아 예술고교 입학하는 이하은 양

2013-08-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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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 마음까지 치료하는 의사 될래요”

올 가을 세계적인 예술명문인 맨하탄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이하은(14·영어명 앨리슨·사진) 양은 요즘 고교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은근히 부풀어 있다.

중학교 시절 음악 뿐 아니라 전 과목 평균 점수가 97점을 점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자랑했던 이양은 뉴욕의 또 다른 명문 고교인 브롱스 과학고에서도 합격 통지서를 받았지만 고민없이 라과디아를 선택했다.

음악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가득 찬 동급생 및 선배들과 함께 경쟁하며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란 판단 때문이었다. 이 양이 처음 음악을 접한 것은 5살 때 잠시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였지만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다.


다시 찾은 피아노학원 선생님의 칭찬에 신이 나서 열중하게 된 피아노에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깨닫기 시작한 이 양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부터는 퀸즈장로교회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음악의 참맛에 대해 알게 됐다. 플롯을 연주하며 처음 단원활동을 시작했으나 2년 뒤인 7학년 때부터는 비슷한 수준(?)의 성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청년부 단원들과 함께 매주 교인들에게 감동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교회 오케스트라에서는 막내지만 유치부 학생들에게는 노래와 피아노, 플롯 연주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으로 불린다. 자신만의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스스로 배운 것들을 다시 복습하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작곡에도 재주가 있다. 교회 성경문구 암송시간에 지루함을 덜하기 위해 멜로디를 만들어 붙였더니 그럴싸한 노래로 탄생했다. 교회 친구들은 이제 성경을 암송할 때마다 이양이 만든 곡조를 붙여 다함께 따라 부른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피아노를 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포니움(트럼펫과 비슷한 금관악기) 연주에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사실 전 세계의 예술 영재들이 모이는 뉴욕의 명문예고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특별한 과외가 필요하기 마련이지만 이 양의 경우 변변한 과외를 따로 받아본 적은 없다. 동네 피아노 교실을 꾸준히 다닌 것 밖에 없다. 그 꾸준함과 끈기가 숨겨진 재능을 조금씩 닦고 빛낸 셈이다.

음악연습으로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에 3~4일은 매일 오전 7시에 집을 나서 플러싱 YMCA 수영장을 찾는다. 또래 소녀들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이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온 수영 덕을 많이 봤다. 4학년때부터는 플러싱 YMCA 수영팀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을 만큼 수영실력도 수준급이다.

글 쓰는 재주도 있어 짬짬이 시간이 남을 때마다 스마트 폰 앱을 이용해 또래 친구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자작 소설도 써서 올린다. 1700년대를 살아가는 십대 소녀의 이야기인데 매회 구독자가 5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다.

이양은 장차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두 손가락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만들어낸 아름다운 화음으로 사람들을 아픈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병든 이들을 치료해주고 싶단다. 꿈 많고, 욕심 많고, 재주 많은 이양은 이희원·우정 부부의 1남1녀 중 첫째이다.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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