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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후원 알프스 원정탐사기 (3) Zermatt의 알프스

2013-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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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후원 알프스 원정탐사기 (3) Zermatt의 알프스

염소 끌고가는 소녀

알프스의 이름 모를 들꽃

달을 보러 나온 달꽃
밤하늘의 별을 세다 잠 든 별꽃
종을 달고 간 소들을 몰고
산으로 올라간 목동을 기다리던 블루 벨을
할미꽃이 토닥이는 듯
어깨를 나란히 흔들며
그저 불러주는 대로 이름 되어
우연히 찾아 준 단 하나의 발걸음 앞에서도
곧 떠날지도 모를 아쉬움을 감춘 채
웃고 있는 너의 모습이 너무도 해맑구나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도
언제나 그 자리를 서성이며
누가 찾아온다기에 꽃 등불을 밝히고
기다려 섰을까



째르마트의 아침도 역시 냉쾌하고 조용한 새벽공기에 잠을 깨웠다
마을의 매인 스트릿에는 관광객들 사이로 양떼들이 방울을 달고 쩔럴쩔렁 지나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이미 익숙한 고속 등산열차를 타고 해발 2293m 인 슈네가 산 중턱 역에 도달하고 보니 마터호른이 (4478m) 눈앞에 펼쳐졌다.

슈네가 등산코스는 라이제호수를 지나 신록의 푸르른 목장지대 (겨울에는 스키장이 됨)가 울창한 삼나무들과 함께 그림처럼 나타나곤 하는 비탈길을 내려가는 산행길이다. 내려가는 산행 길 앞에서는 마터호른이 하얀 설봉의 웅장한 자태로 서 있고 산자락마다 작고 사랑스러운 고산화 들꽃들이 바람결에 합창을 하는 듯했다. 간간히 흰 구름이 마터호른을 스카프 두르듯 휘감았다 흘러가고 무엇이 설봉이고 흰 구름과 하얗게 쏟아지는 폭포수인지 모르게 단지 하얀색 한 가지 색깔로 이렇게 완벽한 그림이 될 수 있을까 하며 그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 읽었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의 배경이 이곳이 아닐까하여 그 아름다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내려가는 도중 핀델른 (pindeln)산간마을 조그만 카페에 들러 마타호른을 마주보며 마시던 커피의 향과 계곡의 물소리, 삼나무 바람소리, 간간히 들리는 새소리, 에델바이스의 사랑스러운 모습, 들꽃들의 대향연을 뒤로하며 마을로 내려오는 산행 길은 일생 최고의 산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오후에 하산하여 역 광장 부근의 길거리에서 즉석에서 구워 파는 소시지로 점심으로 때웠는데 그 맛이 또한 일품이어서 뉴욕에 돌아와서도 생각날 것 같았다.

다음날 마터호른의 두 번째 탐사는 또 다른 산정으로 올라 마터호른 주변의 대파노라마를 감상하려했으나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로 실망스러웠지만 갑자기 일단 고속전차에 몸을 실었다. 마을에서 맞던 비는 산정에서는 눈으로 바뀌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쏟아지는 눈만 감상하다 하는 수 없이 전차를 타고 하산하였다. 마을로 내려와 다시 비로변한 날씨 속에서 우산을 받쳐 들고 이 골목 저 골목 구경하며 잠시 떨어진 친지나 가족들을 떠올리며 선물을 고르기에 바빠진 일행들은 저마다 흩어졌다.

알프스의 마을들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통나무집 스타일로 된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들을 베란다를 장식하여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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