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치사랑과 내리사랑

2013-08-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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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신 용

소설 같은 가족 이야기를 듣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가족사도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드러매틱한 한 편의 소설이다. 겨우 두 살 때 아버지는 떠나고 그가 죽기 전 단 한 달밖에 아버지를 보지 못했다. 초등학생 오바마의 가슴속에 아버지는 마치 커다란 바위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바위는 온갖 비바람에도 한결같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아버지는 꿈을 심고 떠났다. 한 지붕 한 가족 하나하나가 소설 같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베스트셀러가 있다. 아버지의 유형을 부자 아버지와 가난한 아버지로 구분한 책이다. 실제로 부자들은 당대에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덕에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부자 아버지는 돈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과 돈을 번 후에 잘 관리하는 습관을 가르친다. 부자 아버지는 돈이 부족한 것은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버는 부자는 3대를 못 간다고 한다. 진정한 부자 아버지는 덕을 쌓는 방법을 가르치는 아버지다.


친자확인 소송이 시중에 화제다. 사랑, 배신, 복수 그리고 돈이라는 영화의 모든 요소가 있다. 등장인물들이 초호화 멤버여서 더욱 엔돌핀이 도는 이야깃거리인가 보다. 여러 자식들 중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데려온 자식이라고 놀리곤 했다. 옛 말에 씨도둑은 못한다고 했다. 어려서는 달라 보여도 자라면서 형제자매는 닮게 마련이다. 현대에는 DNA 조사를 통해서 아버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쉽고 간편해 졌다. 엄마는 아이의 핏줄이 언제 어디서 왔는지 알고 있다. 가난한 아이 아버지는 찾아올까 걱정한다. 핏줄 찾기 소송은 쩐의 전쟁이다.

손주는 손자손녀를 아우르는 표준말이다. 남이 할머니라고 부를 때는 싫어도 손주가 할머니라고 부르면 부를수록 기뻐진다고 한다. 나이 들어 늙어서는 손주의 귀여움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어려서는 엄마 사랑이 좋고 젊어서는 부부 사랑이 좋다지만 할머니는 손주 사랑이 최고라고 한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25%의 유전자를 대물림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손의 번성을 바라는 것이다. 특히, 할아버지의 장손에 대한 핏줄 사랑은 유별나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장손에게 대대로 내려간다.

할머니의 손에 우리 아이들이 자랐다. 고달픈 이민생활을 하다 보면 고국에 계신 부모님께 손주들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 곁을 떠나 두어 해쯤 한국에서 살았다. 연로한 어머니의 손주 사랑도 내게는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자라고, 힘에 부치지는 않는지 나름대로 정한 규율은 지키는지 마냥 반갑지만도 않았다. 손주들은 할머니의 식성을 그대로 닮았다. 재래시장에서 맛본 음식, 고유한 된장찌개와 김치 그리고 생선조림을 아직도 좋아한다. 아이들을 통해 할머니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그리운 어머니도 보인다.

첫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기도 한다.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사람의 첫 인상은 55%는 눈으로, 38%는 목소리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만남, 첫 인상으로 상대방을 판단하는데 약 8초가 걸린다고 한다. 밝은 미소로 자신 있게 인사하는 모습은 첫 인상에 가장 중요하다.

많은 초등학생처럼 스쿨버스를 타고 우리 아이도 학교에 다녔다.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정류장에 데리고 가는 것은 내 몫이었다. 약 4년 동안 아침마다 웃는 연습과 인사를 소리 내어 연습했다. 작은 훈련이 쌓여 좋은 습관으로 굳어졌다. 미소로 하는 배꼽인사는 아직도 칭찬을 받고 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한 부모가 열 자식은 거느려도 열 자식이 한 부모는 못 거느린다고 한다. 이민자의 삶이란 자식 키우고 의식주 해결이 첫 번째 목표이다. 가난한 아빠 무식한 엄마는 현대 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 집 주인공들은 너무나 개성적이다. 쉽고 편한 소설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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