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대한 철학자 데모크리토스

2013-08-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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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으로 데모크리토스라는 철학자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 다마시포스는 당시 페르시아 왕이 원정길에 그의 집에 들러 묵을 만큼 엄청난 재력가였다. 그가 아들 데모크리토스에게 그 많은 유산을 남기고 죽자, 데모크리토스는 1,000달란트에 달하는 많은 돈을 가지고 천체를 연구하기 위해 세계 각지를 탐색하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그는 돈을 다 써버려 빈털터리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를 안 국민들은 그가 그 많은 나랏돈을 다른 나라에 탕진하고 왔다면서 그를 죽일 것을 재판관에 요청했다. 재판 중 데모크리토스는 자신이 가져온 천체과학에 관한 논문을 낭독했다. 듣고 있던 판사는 처음엔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있다가 그가 차츰 읽어내려 가자 그 뜻을 알아차렸다. 재판관은 비록 그가 나랏돈은 다 썼지만 대신 돈 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엄청난 연구결과를 가져왔다며 그에게 상여금으로 500달란트를 주고 동상을 세워주기로 했으며 평생 살 돈을 대주고 죽을 때도 장례를 시에서 치러줄 것을 약속했다. 그의 반역행위(?)는 국가발전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에 실로 엄청난 공헌이었기 때문이다.

역사가에 의하면 데모크리토스는 당시 아테네에 와서 소크라테스와 아낙시고라스를 보았을 때 이들의 사상이 철학적인 면에서 아주 낡았다고 지적한 인물인데, 그 당시 젊은이들은 소크라테스와 아낙시고라스보다 그의 주변에 더 몰려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낙시고라스는 실제 철학사상에 소크라테스보다 훨씬 연장자인 천체과학자이자 철학자로 그의 제자에는 아낙시만드로스와 아낙시메네스라는 두 명의 유명한 천체철학자가 있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으로 파괴된 아테네 재건에 성공한 페리클레스는 아낙시고라스의 제자로 스승이 감옥에 갇혔을 때 사람을 시켜 꺼내 망토를 입혀 외국으로 망명시킨 인물이다. 유명한 철학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주전 5세기에 데모크리토스와 같은 위대한 인물이 있었다면 현세에는 그와 버금가는 인물로 아마 애플의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나 컴퓨터의 황제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최첨단 전자기기의 발명으로 개인의 삶과 인간사회에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 인류역사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고대의 데모크리토스와 다른 점이라면 이들은 공헌한 만큼 큰 부를 거머쥔 반면, 데모크리토스는 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인류를 위해 빈손이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미 그 옛날에 그런 인물이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롭다. 엄청난 유산을 갖고서도 개인적인 치부에 쓰지 않고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그 많은 돈과 에너지, 시간 등을 소모하고 다녔다는 것이 현세에 본보기 감으로 인간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인물이다.그로 인해 오늘날 과학문명 발달에 초석이 되어 우리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져 있는가. 오늘날 그와 같은 큰 비전과 꿈을 가지고 있는 한인 젊은이들이 없어 보이는 점이 몹시 아쉽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에게서 많은 유산을 물려받고서 과연 그런 원대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사고가 팽배한 이 시대 풍조로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현대사회가 낳은 일등제일주의, 아이비리그선호, 승자독식 위주로 가는 사회적 환경 문제 등이 그 원인이다. 또한 이에 편승해 돈, 돈, 돈 하며 물질만능주의를 강조하는 이 시대 우리 부모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혼자 살기 어려워 부모 집에 얹혀사는 30대 미만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부모와 함께 살면 지출을 줄이는 점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였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돈 타령만 하며 좁은 틀 안에 갇혀 허우적댈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넓은 세상을 향해 야망을 품고 훨훨 날아야 한다. 데모크리토스는 일찍이 체험으로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여주영 주필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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