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유의 힘

2013-08-0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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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시(詩)는 은유(隱喩) 덩어리다, 라는 말이 있다. 예사롭지 아니한 낯선 사물의 세계를 보여 주거나 새로운 풍경을 열어주는 은유가 없으면 좋은 시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은유를 시의 비유(比喩)중 최고로 친다. 한 예를 들어 본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 하리요.”(시편 27;1)
여기에서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할 때의 “나의 빛, 나의 구원”이 은유에 해당된다. 이것을 직유(直喩)로 표현하면 “여호와는 나의 빛과 같고 나의 구원 같으시니.”가 된다.

시만 그럴까. 사람의 평범한 삶에도 은유의 도움은 필요하다. 은유의 언어가 없이 사는 사람과 그것이 충만한 가운데 사는 사람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인간은 누구나 은유로 표현되어진 말에 따라 사고하고 추리하고 행동하면서 살아간다. 은유의 표현대로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세우기도 하고 허망하게 허물어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인생은 돈이다.”라는 은유를 믿고 사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 이런 사람은 틀림없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돈으로만 보일 터이다. 결국 이들은 자기가 내뱉은 저급한 은유에 사로잡혀 탐욕, 이기주의, 허세, 허풍, 속임수로 가득 찬 삶을 살게 된다.
에이스 침대 회사의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광고를 한번쯤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절묘한 은유적 광고가 나간 1994년 이후로 에이스 침대 회사와 교육부 사이에 긴 공방전이 오가다가 결국 에이스 침대가 이겼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94년 1학기말 강남의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기말 시험 문제지에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의 정답이 ‘전화’ 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침대’라고 답을 썼다. 이 일로 해당 학교와 교륙부가 발칵 뒤집혔다.
당황한 학교 당국이 그 이유를 조사해 본 결과 아이들이 본 TV 광고에서 “침대는 가구가 아니고 과학이다.”라고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일로 인해 에이스 침대가 경제 분야는 물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 토론 거리가 되었고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회사로 발 돋음 했다.

그 당시 한국에는 10개가 넘는 침대 회사가 서로 극심한 출혈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중 브랜드 인지도나 고객 충성도가 가장 낮고, 열악한 중소기업에 불과했던 에이스 침대는 타 회사의 저가 정책으로 말미암아 도산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바로 그때 에이스 침대는 그들이 만든 침대를 일반 가구와 차별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은유 슬로건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 결과 에이스 침대의 시장 점유율이 14.7%에서 80.4%로 증가 했다.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은유의 힘은 이렇게 신비하고 놀랍다. 이후로 에이스 침대는 침대 공학 연구소를 설립해 침대의 과학화를 추구하면서 지금까지 침대 업계의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리더라면 시인처럼, 시편 기자처럼 은유의 대가가 돼야 한다. 은유가 성공하면 대중 속에 상상력 혁명이 일어나 이 세상은 새로움으로 가득 차게 되고, 그 자리에 리더십이 든든히 서게 될 것이다. 은유가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일상 언어가 은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함과 설렘, 당혹과 환희,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인지효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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