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티븐 호킹과 알프레드 노벨

2013-07-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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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 신경계는 실제 실패와 상상 속의 실패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상 실패에 따르는 부정적인 상상을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실제 실패를 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결과가 불안하게 느껴질 때에는 우리의 마음은 불안하기 마련이고, 심한 경우 의욕상실과 허무감으로 인해서 자포자기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상상의 힘이란 이처럼 무섭다.

그러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할 때는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올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폐렴에 걸려 죽음 직전까지 갔다 온 후 자서전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 집필을 마친 영국의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야기가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호킹 박사는 22세 때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오다 한 때 몇 주 동안 폐렴에 걸려 생과 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의료진은 그의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생명유지장치 제거 권유를 하였다. 하지만 부인의 고집으로 생명을 연장, 오는 9월 예정된 책 출간 일에 맞춰 다행히 집필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언젠가 근육이 마비돼 죽게 될 처지에서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71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일하러 간다며 매 순간을 최대한 충만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과 싸우며 보여주는 그의 강인한 의지와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은 가상 죽음을 딛고 변화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경우도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예다. 노벨상 탄생의 배경이 죽음에서 그가 살아난 연유가 있는 점에서다.


그는 어느날 형 루드비그 노벨이 죽었는데 신문사의 실수로 노벨 자신이 죽었다고 하면서 ‘죽음의 상인’이라는 토를 단 기사를 보았다. 이를 계기로 안 그래도 다이너마이트 발명가로 이것이 군사적으로 이용되는 걸 싫어했던 노벨은 후에 유언으로 유산의 94%(약 440만 달러)를 기부, 노벨상을 제정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인류사회는 그동안 분야별로 많은 노벨상수상자를 배출, 인류문명 발달에 크게 기여해 오고 있다. 이는 모두 죽음의 순간을 경험했을 때 특별한 자각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다름 아닌 “아, 내가 이렇게 무의미하게 죽어서는 안 되겠다.” 살아있는 동안 무언가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살아야지 등등의 긍정적이고도 도전적인 상상 끝에 나온 것이다.

죽음 직전이 되면 사람의 생각, 의지, 태도에 혁신적인 움직임이 일면서 큰일을 이루어낼 수 있음이다. 이것을 ‘자기통제 메커니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결국 자기의 생각이나 의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 좋은 결실을 맺는다는 뜻이다. 실존주의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하였다. 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긍정적인 생각으로 도약과 비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므로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사무엘 체드윅은 죽기 직전 “내가 일을 조금 덜 하고 기도를 더 했더라면...” 하는 말을 남겼다.

생전에 삶에 대한 의미나 가치 등에 대해 좀 더 깊이 통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담겨있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 한증막 같은 무더위도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우울하고 답답한 사건, 사고 소식도 곳곳에서 잇따른다. 그야말로 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힘겨운 시대이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축 처진 삶을 살지 말자. 어려운 환경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지금 살아있지 않은가. 어떻게든 새로운 것을 찾아내 획기적인 변화를 꾀해야 겠다는 자각을 해야 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도, 지루하고 암담한 생활도 한결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호킹박사나 노벨같이 위대한 업적은 아니라도 작은 것이라도 깨달음을 갖고 삶을 전환시킬 만한 계기를 만든다면 우리의 생활은 보다 더 윤택해지지 않겠는가.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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