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일 궂은 일

2013-07-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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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좋은 일이 생기면 나쁜 일이 따라오고 그리고 나쁜 일이 생기면 좋은 일이 뒤따라 생긴다는 고사(故事)가 있다. 반기문 씨가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것이 2007년 1월이었다. 한국인으로서 커다란 긍지를 가졌었다. 그 해 4월에 조승희가 버지니아 텍 공대에서 32명을 쏴 죽였다. 믿기지 않았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수치와 창피를 느꼈었다.

2012년 3월에, 오바마 대통령이 김 용 씨를 세계 은행총재로 지명했었다. 한국인으로서 기뻤다. 한 달도 못되어 4월에 고수남이 북가주 오이코스 간호대학에서, 영어가 서툴러서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그리고 대학에서 쫓겨났다고 해서 앙심을 품고, 무차별로 권총을 난사했다. 7명을 죽였다. 비참했다. 한국인이 미국까지 와서 대량학살을 하다니! 기가 찼다.


지난 2013년 6월30일에 박인비가 US 여자골프 대회에서 일등을 했다. 금년 들어 세 개의 메이저 게임을 연속 이겼다고 해서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한국인의 긍지를 갖게 해주어서 그에게 고마워했다.

일주일도 지나니 않아 7월 6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아시아나 비행기가 착륙 시 사고를 냈다. 307명이 탄 비행기에 182명이 부상을 입었고 그리고 3명이 죽었다. 죽은 3명은 16세 된 중국의 아리따운 여고생들이었다. 이들의 부모가 우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아팠다.

미국 조사반은, 조종사가 너무 낮고 느리게 비행을 했기에 착륙 시 비행기 꼬리가 방파제 구조물에 부딪쳐서 사고가 생겼다는 등 조종사의 과실에서 생긴 참변인 것 같은 인상의 보도를 했다. 물론 한국에서 온 조사반은 조종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비행기 엔진에 결함이 생겨서 생긴 사고인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에는 적어도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하여튼 한국의 비행기가 사고를 냈다는 자체가 가슴 아팠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하여 꼭 궂은 일이 뒤따라온다고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궂은 일이 생겼으니까 꼭 좋은 일이 뒤따라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새옹지마에서처럼 궂은 일이 생긴 후에 좋은 일이 뒤따라 생긴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좋은 일이 생겨날 수 있을까. 아마 8월초에 있을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박인비가 이기는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여기서 이긴다면 금년도 4개의 모든 메이저게임을 이겨 역사상 처음으로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이룩한 골퍼가 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장쾌(壯快)한 일인가!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 참사에서 생긴 슬픔과 아픔을 견디어 이겨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브리티시 여자골프대회에서 이긴다면 서울시민으로부터 퍼레이드 환영을 받을만한 경사(驚事)인 것이다.

만약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다가 9월에 있을 아비앙스 여자오픈까지 이긴다면 박인비는 골프의 여신(女神)이 되어 영원히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 박인비가 부디 이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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