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무리 더워도 고품격을...

2013-07-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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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목사)

뜨거운 여름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으로 목욕을 한다. 그래서 자연히 물을 찾는다. 샤워를 한다. 수도꼭지를 틀면서 순간 망설였다. 순 찬물로 할까? 더운 물을 섞어서 할까? 여름에 당연히 찬물로 샤워하는 것이지… 아니야… 적당히 섞어할까? 생각하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이런 저런 제품들의 특징이 떠올랐다.

우선은, 자연을 따르는 제품들의 특징이 있다. 여름엔 찬물 겨울에는 더운물로 샤워한다. 당연하다. 이 제품의 특징은 모가 나지 않는다. 주변의 제품들과 마찰이 없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아한다. 특별한 반대가 없다. 약간 잘 맞지 않아도 그냥 받아들인다. 그래서 주변으로부터는 너무 당연해서 특징이 없어 때로는 서운한 생각까지 드는 것이 특징이다.


역으로 가는 제품들도 있다. 여름엔 더운물 겨울엔 찬물… 개성화와 차별화를 드러내는 제품들이다. 이런 제품들의 특징은 까칠하다.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잘 한다. 혼자 눈높이를 높인다. 시중에 섞여 있다는 취급을 받으면 모가지를 길게 뽑아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자신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의 제품들은 눈살을 찌푸린다.

삼복더위에 냉면집을 찾는 제품도 있고 반대로 뜨거운 삼계탕을 찾는 제품들도 있다. 어딜 가든지 특징은 또 다른 개성을 추구한다. 순두부 집에 가보면 안다. 우선 재료가 산해들(山海草)로 크게 나눠진다. 들에서도 소, 돼지, 닭으로 갈라진다. 또 같은 소라도 맵게 보통 덜 맵게로 또 갈라진다.

곱빼기 보통 맛보기로 또 갈라진다. 너무너무 제품의 특징들이 다양해서 머리가 돌겠다. 그래도 업주들은 한 제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온갖 아부의 메뉴들을 준비해 놓았다. 참 좋은 세상이다. 다양한 제품들이 대우를 받는 세상이니... 예전에 한국에서는 20명의 제품들이 가도 당연히 짜짱면! 하나면 됐다. 여기엔 각 제품의 특징은 전혀 없다.

특징이 있어서도 안되었다. 그렇다고 모가지를 뽑는 제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한 가지도 중복되는 제품들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단체로 가면 디스카운트를 해줬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오히려 단체 제품들이 가면 10% 팁을 더 추가한다. 그 놈의 특징들을 맞춰주기가 너무너무 힘들다는 뜻이다.

교육은 뭘까? 신앙은 뭘까? 저 높은 완제품을 향해 저질의 특징들을 깎아내는 고된 작업이다. 비뚤어 진 제품의 특징들을 바로 세우고 날카로운 제품들을 부드럽게 다듬은 성화의 투쟁이다. 낮고 가치 없는 제품들을 고품격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무리 덥다고 안경 낀 채로 세수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무리 열 받는 뜨거운 계절이라도 고품격 차별화 제품의 특징을 잃지 않는 여름이길 빌어본다. …

정말 덥다!… 내가 너무 더워… 인간들의 성품을 제품의 특징으로 바꿔버렸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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