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를 이긴 삶

2013-07-13 (토)
크게 작게
이경희(교육가/수필가)

‘자기를 이긴 삶’을 흔히 극기(克己)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공자는 극기에 대하여 제자 안연의 물음에 ‘극기복례(克己復禮)’라 하였다. 즉 나를 이기고 예로 돌아간다는 뜻이고, 부처는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승리자’라고 하였다.
노자는 노자 33장에서 ‘남을 이해하는 것이 지(智)이요, 자기를 아는 것이 명(明)인데,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을 것이요, 자기를 스스로 이긴 사람은 강하다’고 했다.

또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 수난 예고를 제자들에게 말씀하실 때 (마16:24)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시고 정말 자기를 부인하고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 가셨다. 예수님의 극기는 자기부인인 셈이다.


인생을 살아 가는데 자기를 이기고 극기한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27년동안 ‘인종별 분리 거주 반대’를 위해 감옥살이를 했던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감옥으로부터의 편지’를 쓴 작가 신영복 교수의 20년 동안 통혁당 사건 투옥, 그리고 또 있다.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싸운 김대중 전 대통령, 카톨릭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까지 올라 가셨으나 오만하지 않았고 스스로 의롭다고 자처하지 않으신 겸손하기만 했던 김수환 추기경, 또 많은 목회자, 선교사들과 불도자들, 그리고 올림픽 메달을 받기 위해 수고하시는 수 많은 체육 선수들까지. 그들은 참으로 훌륭하였다. 다 자기를 이긴 삶을 살았고 자기를 극기 했다. 그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살만 했고, 조금씩 앞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 지금 미국에서 교육 받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학생의 할머니다. ‘자기를 이긴 삶’이 얼마나 훌륭하다는 것을 그들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시켜 주어야겠는데, 그것이 문제이다(That is the question).
학교에서 돌아오자 마자 핸드폰을 끼고 컴퓨터 앞으로 가기 바쁜 그들에게 알아 듣던지 말던지 할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너희들의 가장 큰 적(Enemy)은 바로 너희 속에 있다. 자기와 싸워서 이겨야 하는 거다. 게임만 하고 싶은 생각, 편안하고 싶은 생각, 게으른 생각,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생각, 운동이 좋은 것을 알면서도 하기 싫은 생각, 과일이나 채소가 몸에 좋은데 그것을 싫어하는 행동, 이 생각이나 행동들이 다 나의 원수이다. 이것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즉 자기와 싸워서 이기는 거다.’

커뮤니케이션 문제 때문에 과연 얼마나 알아 들었을까. 나중에 할머니가 죽게 되면 그때서야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서 기도를 많이 하셨고, 우리를 잘 가르치려고 애쓰셨다는 것을 만에 하나라도 알면 다행이고 모르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내 도리를 다 할 뿐, 무슨 욕심을 더 부릴 것 인가. 이 아이들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현재 나에게는 자기를 이긴 삶’이며‘극기’일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