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머니의 마음

2013-07-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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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어머님과 작별을 한지 어느 덧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일년에 한 두번 성묘를 하는게 아니라 거의 매일 일과처럼 묘지를 찾았다. 그 동안 정성껏 가꾼 장미가 자라서 계속 몇송이씩 올라오고 있고 국화도 매년 때가 되면 활짝 만개하는 게 꼭 생전의 밝은 어머님 얼굴모습을 보는 듯 해서 어머님을 찾을 때 마다 가슴이 뿌듯하곤 했다.

얼마전 우연히 가수 김태원씨가 어머니와 식사를 나누며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모친이 오십줄 나이를 목전에 둔 아들에게 던지는 애정어린 눈빛을 목격하며 오랫만에 눈물을 흘렸다.어린 시절 음악에 천재성을 지닌 가수 김태원을 사회와 학교에서는 옳바로 수용하지 못했고 홀로 외롭게 자신만의 정신세계를 방황했던 나머지 정신병원 행까지 경험했던 아들을 지금의 ‘김태원’으로 우뚝 바로 서게할 수 있었던 힘과 배경은 역시‘어머니’였다. 그는 두 번이나 감옥생활을 해야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암투병, 자폐증 아들을 둔 아버지로 힘이 들었다. 이때도 늘 어머니가 있었다. 면회를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형무소를 찾은 사람은 처음이다.


MBC 방송 ‘나 혼자 산다’에서 평소 어머니와 끈끈한 사이를 자랑하던 김태원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심중에 품고 있던 말을 토해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귀신이 된다 해도 난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가 한 말이 가슴에 꽂혀 여기 밝힌다. “남한테 인간성 좋다는 소리 들어. 싸가지 없게 굴지 말고...” 이 이상 더 좋은 충고, 또 옳바른 가르침이 있을까! 그리고, “내가 더 자랑스런 아들이 될게.”라고 아들이 답했다.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 경의 말년에 있었던 일화이다. 그의 전기를 쓰던 작가가 처칠의 어린 시절에 영향을 준 위인들을 조사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사들, 그리고 그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열거한 명부를 만들어 처칠에게 확인하는 순서였다. 이때 처칠 경은 명단을 바라보다가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자네는 가장 중요한 분을 빼놓았구먼. 가장 중요한 내 영웅을 빠뜨렸단 말이네.”

“아니, 그 분이 누구입니까?” 하자, “바로 내 어머니 말이야. 내 어머님!”
그 어찌 필설로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표현하겠는가! 그리고 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저 마음으로 어머니를 품고 안을 뿐이다.
“싸가지 없게 살지 말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곰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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