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빛 찬란한 깃발

2013-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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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미국의 7월은 애국의 달이다.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중심으로 각종 애국적인 행사와 퍼레이드와 불꽃놀이가 동네마다 펼쳐진다. 이런 때에 우리 한인 이민들도 미국의 건국정신을 새겨두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변호사 프랜시스 키(Francis Scott Key) 씨의 시가 미국의 국가가 되었다. 1814년, 캄캄한 밤이었다. 키 씨는 영국 군함에 억류된 의사 빈즈 씨를 구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교섭이 이루어져 그는 스키너 대령과 함께 적군의 함정으로 가서 빈즈 씨를 인수받게 되었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 대한 함포 사격이 곧 시작되므로 새벽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는 온 밤을 적군의 함정에서 내 마을 내 친구들이 포격 당하는 것을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분노와 눈물로 지샌 긴 밤이었다. 그러나 새벽이 되었을 때 그의 눈은 희망으로 밝아졌다. 여전히 요새 언덕 위에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가 휘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영감이 떠올라 얼른 주머니에 있던 봉투에 시를 적었다. 그것이 현재의 국가 ‘별빛 찬란한 깃발(The Star Sprangled Banner)’이 된 것이다. 많은 한국계 이민들이 미국의 국가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어로 번역해본다.

새벽빛을 뚫고 그대는 보는가/ 그토록 자랑스럽던 여명 속의 깃발/ 사나운 싸움을 헤치고 드러났던/ 넓은 줄무늬와 빛나는 별들/ 요새 위에 힘차게 나부끼었지/ 포화는 하늘을 붉게 물들였는데/ 우리의 깃발은 여전히 그 자리에/ 밤을 새워 우뚝 솟아 있었구나/ 별빛 찬란한 깃발은 지금도 나부낀다/ 저 자유의 땅에, 저 굳센 고향에.

작가는 암흑의 밤이 주었던 온갖 문제가 새벽과 함께 소망으로 바뀌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시를 국가로 제정한 미국 국민의 바람도 언제나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밤은 지나고 동이 트게 마련이다.

1777년 존 아담스 대통령이 국기 제정을 선언할 때 디자인보다는 색깔에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성조기는 세 개의 색깔을 썼다. 줄 무늬는 빨강과 흰 색, 별들은 푸른 바탕에 흰 별이다. 흰 색은 정결, 빨강은 용기, 파랑은 정의를 가리킨다. 이 세 개의 덕목으로 표시된 미국의 건국 정신은 모두 자유와 연결된다.

정의는 자유의 기초이며 용기는 자유 성취의 방법이다. 정결은 청교도 개척민의 생활신조로서 죄와 악으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결국 성조기는 자유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은 여러 이민들이 모여 자유라는 공동목표를 함께 이룩하고 함께 지키는 나라인 것이다.

어떤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소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나라인가? 그렇지 않다. 좋은 나라란 생각과 말과 글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집회와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나라이다.

신대륙 아메리카를 개척한 유럽인은 두 줄기로 분류된다. 하나는 1607년 플리머스에 상륙한 영국 청교도들이고, 다른 한 줄기는 1620년 버지니아 비치에 들어온 스페인인들이다. 플리머스 이민자들은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신앙생활의 자유를 이민의 목적으로 하였고, 버지니아 이민자들은 주로 노예 매매를 위한 비즈니스 개척자들이었다. 이 두 개의 흐름은 지금까지도 미주 이민자들의 이민 목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대는 플리머스 계인가? 버지니아 비치 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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