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위 선양하는 한국 낭자들

2013-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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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아직도 한국에선 골프하면 돈 많은 부자나 고위공직자 혹은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 사람들이 하는 여유스런 운동으로 취급되고 있다. 왜냐하면 골프 인구에 비해 턱없이도 부족한 골프장에 북킹(예약)하기가 힘들고 한 번 골프장에 나가 골프를 치려면 캐디(caddie)비다 간식비다 하여 최소한 250달러에서 300달러는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일단 시니어(62세이상)가 되면 퍼블릭(공용)골프장에서는 21달러(뉴욕시 기준)면 골프를 칠 수 있다. 카트(골프전동차)까지 타면 조금 더 지불하면 된다. 미국엔 캐디도 없고 중간 중간 먹을거리를 파는 간이점도 없다. 그래서 적은 돈으로도 골프를 칠 수 있어 골프는 대중운동에 가깝다.
골프가 운동에 좋은 점은 공기 맑은 들판에서 5시간 이상 걸을 수가 있다는 데에 있다. 그것도 지루하지 않게. 골프를 치는 동반자가 친구거나 비즈니스 파트너일 경우엔 더더욱 좋다. 친구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치는 골프의 맛은 그 어디에다 비교할 수 없다. 비즈니스 파트너일 경우엔 허물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
골프는 13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의 목동들에게서 그 기원을 찾는다. 양치던 목동들이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막대기로 돌을 굴려 토끼굴에다 넣으며 게임을 했던 것이 그 기원이란다. 골프의 어원은 고프(Goulf)로 영어의 ‘치다’의 Cuff와 동의어인데 스코틀랜드 발음이 C자가 G자로 발음돼 고프가 됐고 나중에 가운데 u가 빠져 Golf가 됐다.


세계 최초의 골프클럽은 1608년 영국 왕 제임스가 런던에 만든 로열블랙히스(Royal Blackheath)다. 1735년 영국 로열골핑 소사이어티가 설립됐고 이 당시 홀은 5홀이었다. 경기 목적의 골프클럽은 1744년, ‘리스 신사골프회’가 설립돼 골프룰에 따라 경기를 시작했다. 세계최초의 메이저 골프대회(남성)는 브리티시오픈으로 1860년 열렸다.

한국에 골프가 들어간 것은 1900년이며 한국 선수들의 본격적인 미국진출은 박세리(1998년·24회우승·2007년 LPGA명예의 전당 입성), 최경주(1999), 양용은(2006)등으로 이어진다. 양용은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HSBC유럽골프대회(2006년)와 메이저대회인 PGA(2009년)에서도 꺾고 우승해 타이거 우즈의 킬러로 알려져 있다.
최경주(유럽투어1승·PGA투어8승)는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 아쉬움을 안고 있다. 이번 USGA(미국골프협회) 메이저대회 여자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5)는 ‘박세리키즈’라고 알려져 박세리가 첫 번 우승(1998)할 때 겨우 10살의 나이였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한 시즌 연속 3개의 메이저우승을 달성한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1950년 달성한 베이브 자하리아스에 이어 사상(63년만) 두 번째 기록이기에 그렇다. 박인비가 8월1일 스코틀랜드에서의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세계역사상 처음(남·녀)으로 그랜드슬램(한 시즌)을 달성하는 인물이 된다. 박세리 키즈였던 박인비.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 알리는 특등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박인비의 우승 열기는 부모의 사랑과 약혼한 연인(남기협·32)의 사랑에 힘입고 있다는 게 분석이다. 사랑, 그 사랑이 박인비를 세기의 여인으로 키워주고 있다. 그는 2008년 19살 최연소의 나이로 US여자오픈을 우승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 때뿐. 그는 하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박인비를 믿는 부모의 사랑과 후원은 변함이 없었다.

특히 2011년 약혼한 남기협(프로골퍼)의 사랑과 격려와 코칭은 박인비에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승승장구 금년에만 총 전적 8승의 우승 중 6승(메이저3승)을 달성했다. 하반기까지 대회를 하면 올 한해에만 10승도 무난하리라 본다.
목동들로부터 시작된 골프. 운동에 좋다. 1900년, 한국에 들어간 골프. 이젠 여성부문에선 세계 제1을 자랑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박인비1등 김인경2등, 유소연3등. 나란히 적힌 이름자 옆에 태극기가 휘날림은 어느 외교관의 외교보다도 더 탁월하다. 오는 8월 브리티시오픈에도 한국 낭자들의 이름이 정상에 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낭자들 파이팅! 박인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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