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인비와 스칸디 부모

2013-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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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전 중국계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가 쓴 책 ‘타이거 맘(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에 나온 호랑이처럼 무섭게 가르치는 엄마의 스파르타식 교육이 미국 교육계에 큰 화두가 됐었다.

추아 교수는 자신의 두 딸을 혹독하게 조련해 ‘엄친아(엄마와 친하다 못해 엄마가 리드하는 대로 따라오는 아이)’로 키웠다고 한다. 이 책 덕분에 한국의 치맛바람도 같이 부각이 되어 한국식 스파르타 교육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겨지게 되면서 엄하기만 한 한국의 부모상도 일종의 면죄부를 같이 받게 되었다.

그런 유행도 찰나였는지, 지난해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The Times)는 엄격을 미화하는 ‘타이거 맘 대신 스칸디 대디가 뜨고 있다’ 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은 ‘Forget Tiger Mom, here comes the scandi dad’였다. ‘스칸디 맘 앤 대디(Scandi mom & dad)’ 라는 신조어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정의한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북유럽식 자녀양육법, 즉 인성교육, 책임교육, 정서교육 등 아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공감대의 시간을 함께 보내주며 자녀와의 정서적 교감, 합리적 교육을 중시하고 추구하는 30대 젊은 엄마나 아빠들.

스칸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충분히 놀 수 있도록 배려하지만, 학교에 입학을 해서는 사회성 함양과 체력단련을 강조한다고 한다. 한국처럼 점수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실용적인 교육,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다.

스칸디 부모는 자녀와의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위해 독서교육을 중시한다고 한다. 독서후에는 내용에 관해 식탁에서 자연스레 대화를 끊임없이 나눈다. 따라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교육의 핵심은 ‘산책과 독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조량이 적은 북유럽에서는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면서 햇볕을 받으며 도서관을 산책하는 일이 일상적이다. 스웨덴에서는 평일 낮시간에도 유모차를 밀며 걷거나 뛰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스웨덴이 본사인 세계적인 가구회사 이케아(IKEA)같은 샤핑센터내 남자 화장실 옆에는 아기의 기저귀를 갈수 있는 수유실이 마련돼 있고, 회사에도 아동 전용 휴게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뛴다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10인 이상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법까지 있다. 게다가 부부 합산으로 16개월간의 육아휴직이 제공되기 때문에 아이들 중심의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칸디 대디’는 북유럽 국가들이 출산율 하락에 대한 실용적인 법적 대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효성있는 사회적인 뒷받침이 없이도 스칸디 부모들의 마인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족스러운 육아는 가능해 보인다. “세리언니가 1998년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던 장면을 TV에서 지켜보고 그 후부터 골프채를 잡았다”는 박인비 선수. 그가 이번 US오픈에서 보여준 경이로운 3연승에 모두들 환호하고 있다.


박세리가 아버지의 스파스타식 교육으로 골프여왕의 자리에 올랐다면, 박인비는 자녀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면서 일일이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의 참견이 아닌 은근하고 든든한 가족의 성원이 성공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박인비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내 인생에 더 중요한 건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박인비가 미국 골프유학을 마치고 프로로 전향하자 그의 아버지는 회사경영을 남에게 맡기고 딸의 캐디를 자처할 만큼 스칸디 맘 앤 대디 식 교육방법을 몸소 실행에 옮겼다.

박인비의 성공에는 본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무엇보다 가정을 최우선시 하면서 스파르타식이 아닌, 자녀와의 정서적 교감, 합리적 교육을 중요시 하면서 아이의 자발성을 키워주는데 중점을 둔 부모의 남다른 배려가 있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여주영(주필)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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