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한국인의 자긍심 심어준 ‘박인비 쾌거’

2013-07-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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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놀랍게도 세계여자 골프대회 63년만에 메이저대회를 3회나 연속 우승, 골프역사에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엊그제 롱아일랜드 사우스 햄턴의 서보넥 골프장에서 열린 제 68회 US여자오픈대회에서 함께 8언더 파 280피트를 쳐 김인경을 4타 뒤진 2위로 밀어내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로써 박인비는 올 시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제패, 1950년 미국인 베이브 자하리아스가 세운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박인비의 도전은 지난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 우승하는 경기를 TV에서 보고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 후 강한 의지와 끈기로 노력한 결과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마침내 우승, 꿈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19세 11개월. 20세에 우승했던 박세리의 최연소 우승기록도 갈아치운 셈이다.

박인비의 이번 경이로운 기록은 한국의 위상은 물론, 미주한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찜통 무더위에다 오랜 경기침체로 짓눌려 있던 한인들의 어깨를 모처럼만에 활짝 펴게 해주었다. TV에서 경기를 본 수많은 한인 골퍼들은 모두 그의 놀라운 경기실력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찬탄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번 대회에는 김인경 준우승, 유소연 3위 등으로 한국여자선수들이 차례로 상위권에 진입, 한류스포츠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결과가 나올 때마다 미주한인들은 모두 어깨가 당당하게 펴지고 한국인이라는 점에 자긍심을 갖게 된다. 2세들도 물론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가질 것이다. 특히 한국과 한국인, 한류 문화, 스포츠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불러 모은다는 점에서도 이번 그의 3연승은 의미가 매우 크다.

박인비는 또 오는 8월1일 스코트랜드 세인드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캘린더 그랜드 슬램과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동시에 도전한다고 한다. ‘퍼트의 여왕’ ‘평정심의 여왕’ 박인비가 이 대회에서도 꼭 승리해 전 세계에 있는 한인들 모두에게 도전의 꿈을 다시 한 번 심어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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