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주의료원 분규와 미 의료계 현황

2013-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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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재옥(의사)

진주의료원 분규는 신문방송에 연일 보도되고 하루이틀에 끝날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폐업 결사반대를 외치며 노조는 경남도청 앞에서 삭발하고 목에 칼을 차고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들의 계속되는 농성과 더불어 좌파 포퓰리즘에 휘말려 경남의 지역문제는 정치분쟁화되어 서서히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기에는 한도가 있고 적자운영을 계속하는 병원은 구제불가능이라는 것이 홍준표 도지사의 지론이다.

이러한 문제는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Cabrini 수녀가 110년 전 불쌍한 이민자들을 위해 세워진 맨하탄의 16층짜리 Cabrini Medical Center는 엘리엇 스피쳐 주지사에 의해서 강제 폐쇄됐다. 유명한 타이태닉호의 침몰사고로 생긴 많은 사상자들을 구출해내었고, 9·11 쌍둥이빌딩 폭파사건 때도 수많은 환자들을 살려냈던 맨하탄의 세인트 빈센트병원도 결국 재정난 때문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러한 병원의 재정난은 잦은 의료사고가 100만달러 이상의 법적분쟁으로 이어지면서 발생하게 되며, 한번의 분쟁으로 병원의 재정상태는 흔들거리기 시작한다. “Do not hold sinking boat.” 미국 주정부도 마찬가지로 망해가는 병원은 계속 도울 수 없다는 강경한 방침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치솟는 의료사고로 국세만 축내는 엉터리의사, 병원, 의과대학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의 두 굴지의 병원인 컬럼비아 프레스비테리안과 코넬 의과대학은 합병한 지 벌써 20년이 된다. 천주교와 장로교, 일류 의대의 자존심마저 서로 양보했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의대와 연세대 대학병원이 서로 통합한 셈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계속 번져질 것 같은 의료분규는 결코 환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외에도 의료분야에는 많은 문제들이 있다. 분명 하루 1인당 1만달러 이상씩 경비가 소요되는 불필요한 생명연장에도 문제가 있으며 특권층 만을 위한 특실의 장기간 낭비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가난한 응급환자에게는 전혀 혜택을 주지 못한다.
청산에 살리라. 아주 늙어지면 차라리 공기좋은 고려장을 원했던 우리 선조들도 있었다. 나의 어머니는 노환으로 모든 음식을 거절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친구의사들이 튜브를 넣는 생명연장을 권하였으나 저 좋은 천국으로 가시기를 더 원하셨다. 모쪼록 모든 의료 문제들이 하루속히 해결되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빨리 더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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