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행의 계절에

2013-06-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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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목사)

최근에 본 교회 목회자 가족수련회가 볼티모어에서 있었다. 우리는 유명한 볼티모어 붉은 게를 즐기는 맛집 여행보다 더 큰 기쁨을 맛보았다. 한송이 한국 선교의 꽃을 피우기까지 뒤에서 헌신하고 잊혀져버린 <쟌 가우쳐> 목사를 발견한 여행은 큰 감동이었다. 한국 최초의 선교사 아펜젤라를 한국에 보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분이 볼티모어 제일감리교회 담임목사였던 쟌 가우쳐였음을 알았을 때 우리들의 수련회는 평생에 잊지 못할 명품 수련회로 변했다.

130년 전 조선과 미국이 통상조약을 맺고 조선의 각료일행이 최초로 미국을 견학하게 되었다. 민영익을 단장으로 견미단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워싱톤 뉴욕으로 기차 여행을 했다. 이 기차 안에서 가우처는 조선의 각료들을 만나 3일 동안 교제를 나눴다. 소년시절부터 세계선교에 헌신한 가우쳐는 조선이 문을 열었으나 기독교 선교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화급한 맘으로 교회에 돌아와 2,000달러의 거금을 모아 일본에 있는 맥클레이 선교사에게 조선선교를 위해서 보냈다.


이 무렵에 일본의 멕클레이는 조선에서 온 신사유람단 일원인 이수정을 만나게 된다. 근대화된 일본을 조선의 젊은 지도자들이 배우러 온 것이다. 이수정은 일본의 농학자 쓰다 교수에게서 영농정책과 아울러 복음을 전수받고 한국 최초의 해외 세례교인이 되었다. 이를 계기로 이수정은 일본에서 최초로 <한국말 성경>을 번역하였다. 한문성경에 한글로 토를 달았다. 이 성경은 몇 년 후에 언더우드 아펜셀러가 한국에 가져가도록 미리 준비된 성경이 되었다.

가우처 목사의 간청을 받은 멕클레이 선교사는 이수정의 일행이었던 김옥균의 추천서를 얻어 조선을 여행하게 된다. 김옥균은 고종이 배후에서 후원하는 개화파의 거두였다. 그 추천서에는 ‘황제폐하여! 우리나라도 이제 서양의 의사들을 받아야 합니다. 전염병이 발발하면 2,3만 명의 목숨을 잃게 되는데 일본은 저들의 도움으로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고 썼었다. 고종은 메클레이에게 의사들과 교사들을 보내달라는 윤허를 내렸다. 직접 복음을 전할 수는 없었지만 너무 기뻐서 가우쳐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멕클레이는 알렌 의사와 교사들을 한국에 보내어 최초의 병원 광혜원과 왕립학교 육영공원을 세운다. 그리고 마침내 몇 년 후에 최초의 선교사 아펜젤라를 언더우드와 함께 한국으로 보냈다. 이어서 가우쳐 목사는 조선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또 3,000달러의 거금을 보냈다. 이것이 오늘의 배재와 이화학교의 종자돈이 되었다.

가우쳐 목사는 볼티모어에도 흑인들과 여성들을 위해서 대학을 건립했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 특히 인도에는 60여개 이상의 학교들을 세웠다.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그 옛날 터를 닦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여행했던 고마운 분들이 미국의 각처에 많이 있다. 가우쳐 목사는 한국을 사랑해서 6번이나 여행했다는 기록을 읽고 가슴 깊이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는 미국에서 한국을 여행하는데 적어도 넉 달이 소요된 여행이었다.
이제 곧 자녀들 방학과 아울러 본격적인 여행의 계절이 온다! 언제 어디로 여행을 하든지... 숨어서 한 송이 복음의 꽃을 피웠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아가 보자! 참으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 또한 세상 구석 그 어디에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까지 먹구름 속의 이름 없는 천둥의 여행자들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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