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 전성시대

2013-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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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소행성, 2030년까지는 화성을 탐사하는 임무수행을 위해 선발된 8명의 우주비행사중 절반이 여성이었다. 우주비행 역사상 처음이라고 하니 여권신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임에 틀림없다. 역시 남녀 인권신장에 사회전체가 힘쓰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미국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얼마 전 노르웨이에서는 유럽 최초로 여성도 무조건 군대에 가야 되는 법안이 통과돼 화제다. 노르웨이 의회는 1976년 여성 자원입대를 허용한 후 이번에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 세계에 여성병역의 의무가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 쿠바, 북한 등이 있고, 21세기가 진행되면서 더욱더 여성의 사회진출은 당연시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올해 처음 여성대통령이 탄생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여성부’라는 행정부처까지 만들어 여성의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할 만큼 여권이 신장된 한국여성의 진정한 의식수준은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한국에서 여성의 커진 목소리를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 이혼율 급증이다. OECD국가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이혼율은 그만큼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참지 않고 헤어지는 것이 덕목 아닌 덕목이고, 아예 보편적인 지혜가 돼버렸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결혼의 과정을 보면 한국사회가 여성들을 바라보는 가장 보편적인 의식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결혼의 핵심이라 하면 대부분 신혼살림 꾸리기를 말한다.
한국식 결혼에는 남자는 집을, 여자는 혼수를 준비해 오는 나름의 정착된 질서가 있다.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야 할 신혼살림 준비를 하는 시기가 한국에서는 언제인가부터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양쪽 집안에서 서로 상대쪽 집에서 혼수를 불충분하게 해 온다고 불만을 느낄 때가 문제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혼수용품이 비싸진데다 모든 제품이 고급화 되어 여성들의 부담도 날로 증폭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집값과 전세 비용이 급등하여 남자측 부담이 여자쪽 혼수비용보다도 비율에 맞지 않게 과도하다 라는 인식도 있다고 한다. 결국 서로를 손가락질 하면서 결혼이라는 남녀의 가장 아름답고 평등한 의식을 망가뜨리기를 쉽사리 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진정한 여성권익 신장이 담보된 선진사회는 단순히 계산적으로 더치 페이(Dutch Pay)하듯, 너와 내가 5대 5로 돈을 가르는 금전적 평등만을 부르짖는 사회는 아닐 것이다. 여성들 스스로가, 남자들도 버거워 하는 사회적인 의무와 고통을 여성이라는 허울로 피할 궁리, 혹은 핑계를 대려고만 하는 의식만으로는 진정한 성 평등은 요원하다. 선진국의 참 모습은 달콤한 권리만을 누리려고 하고 고통분담은 상대에게 떠넘기려 하는 생각이나 행위는 당연히 질타받는 분위기다.

“여자니까...” “여자가...” 같은 표현이 사라지기 위해서는 여성들 스스로가 왕자같은 남자를 만나 마치 하루아침에 로또에 당첨된 듯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에서부터 해방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너와 내가 더치페이를 했으니까 남자들에게 눌리거나 밀릴 게 없다는 생각만으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스스로 흡족해 하는 정도로는 곤란할 것 같다.

우리 한인2세들은 모국의 남녀 현실과 의식수준, 그리고 그곳의 여성들을 보면서 이민와서 평생동안 자기희생을 통해 보여준 어머니상과 비교해 자기 책임을 다하면서 목소리를 높일 줄 아는 그런 멋진 여성들이 되었으면 한다. 안방 TV드라마에서도 미주의 여성들처럼 잡초같지만 순박하면서도 강인한 미를 갖춘 한국여성들을 많이 접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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