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

2013-06-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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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행동에서 순간순간마다 여성에게 부어지는 남성의 시선만큼 집요한 것도 없다. 읽지 않으면서도 펼쳐든 신문사이로 먹이를 노리는 짐승 같은 눈초리를 보라.

인간의 사악한 마음 때문에 신은 이를 둘로 갈라놓았다. 그래서 언제나 한쪽은 다른 한쪽을 찾아 헤맨다. 전체에 대한 욕망과 추구, 이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을 하면 또다른 ‘에바다(귀가 열리고 눈이 뜨이는 것)’ 눈과 귀가 있어. 보이지 않는데도 달려가며 들리지 않는데도 찾아간다.

문명인의 절제심은 사랑의 가장 발전된 정신적 형식으로서 화려한 광체를 내며 때로 영혼의 원초적인 충동을 억누른다. 사랑은 미를 창조하고 심오한 고통도 수반하며 때로는 죽음을 초월한다.

1917년 12월 모스크바에서 한 청년 혁명가가 살해되었다. ‘붉은 묘지’에 묻힐 때 그의 연인이었던 한 처녀는 무덤으로 뛰어들면서 관을 붙들고 미친 듯이 외쳤다. 그 외침 속에 그녀는 혁명과 국가보다는 사랑이 더 위대함을 애통해하며 보여줬던 것이다.


바위도 이 음악을 들으면 무게를 내려놓는다는 저 영묘한 하프선율의 음악가 오르페우스도 그의 여인 에우리디케를 향한 사랑은 죽은 저쪽에 있는 사랑의 자력에 끌리어 또 하나의 자력은 속도를 내어 달려갔던 것이다.

사랑에 의해 움직여지는 철학이 아니면 인간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고 가치가 없다 했다. 인생의 비유를 의도했던 단테의 신곡조차도 결국은 사랑의 서정시가 되었다고.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조성구(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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