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역이 넓어지면 약해진다

2013-06-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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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삼성이 만든 것은 다 최고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예외는 있었다. 조미료 ‘미원’과 전기밥솥 ‘쿠쿠이다. 삼성이 거대한 자금과 브랜드 파워를 동원하여 세차게 밀어붙였지만 미원이 만든 조미료와 쿠쿠가 만든 전기밥솥을 이기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선택과 집중력 때문이다. 삼성은 거대한 기업으로서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분야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러나 미원과 쿠쿠의 생산품은 오직 한 가지였다. 그들에겐 그것이 전부였고 생명과도 같았다. 그래서 거대 기업의 틈새를 뚫고 들어가 한 분야에만 생명을 걸었다.


관심의 영역이 넓으면 자동적으로 약해지는 법이다. 설사 작거나 약해도 관계없다. 누구나 목숨을 걸고 한 가지에 집중하면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된다. 스위스를 보면 작은 시게 하나에 집중한 결과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 유전자 연구의 총아(寵兒)인 작은 초파리 염색체 하나를 연구해도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수천 명이 넘는다.

팔당댐은 2억 4,400만 톤의 저수량을 자랑하는 남한 최대의 다목적댐이다. 댐 안에 거대한 물을 모으기 위해 10년 동안 문을 닫아 놓았다. 탁월함에 이르는 비결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기다림과 집중을 통해서 상상을 초월한 위대한 힘이 나온다.
서커스단의 조련사가 호랑이나 사자를 훈련시킬 때 다리가 네 개 달린 의자를 가지고 훈련을 시키는 이유를 아는가. 맹수의 야성 속에 감추어진 집중력을 흩어놓기 위해서다. 아무리 사나운 호랑이라도 어디에다 초점을 둘지 모르면 더 이상 맹수가 아니다. 우왕좌왕하다가 결국은 조련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

남보다 탁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목표로부터 한눈팔지 않는 것이다. 이 원리는 영적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성숙한 믿음과 집중력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수님에게 집중하고 몰입할 때 폭포수 같은 믿음과 신비한 영력이 분출된다.

C.S. 루이스의 명작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 보면, 악마 스크루테이프가 그의 조카 웜우드에게 보낸 편지 안에서, 인간의 영혼을 마귀에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의 마음을 흩어놓으라고 지시하고 있다. 한 예로, 사람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염려를 과장해서 느끼도록 부추겨서 마음을 흩어놓은 다음, 해야 할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집중력을 분산시키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집중해야 할 일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마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지성의 힘은 얼마나 집중하느냐의 문제이지, 얼마나 범위가 넓으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라시안은 “몰입에서 탁월함이 나오며, 집중력에서 숭고한 일을 성취하는 영웅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는 “두 마음을 품는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약1:7-8)고 말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첫째는 통합형의 사람이고, 둘째는 분산형의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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