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15 13주년을 맞아

2013-06-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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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전 언론인)

분단60년 수난의 민족사에 한줄기 빛이었던 6.15공동선언. 그 열세 번 째 기념일을 앞두고 얼어붙은 동토에 새봄이 찾아왔다. 북의 조 평통이 지난 6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제기하였다. 40여년 잠자고 있던 7.4남북공동성명도 이행하자고 했다. 남측도 즉각 이를 수용,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어 그동안 쌓였던 남북한 간의 현안들을 타개하자고 화답하였다. 이어서 실무회담이 열리고 끊어졌던 판문점통신선도 이어졌다. 하루만에 수석대표 자격문제로 회담이 무산되는 난관을 맞았다. 그러나 화해를 바라는 온 민족의 열망과 6.15정신 회복의 열기는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정책의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작동한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서둘러 대국민 감사를 표하는 등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 시민단체들도 환영일색. 작금의 정세는 6.15공동선언 발표전야로 되돌아간 듯하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던 개성공단 투자기업인들도 반색하며 희망에 들떠있다. 화해. 협력. 통일을 염원하는 국내외 각계층 동포들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제사회도 갑작스런 사태반전에 놀라면서 반기고 있다.


모처럼 열리게 될 남북대화가 성공하고 알찬 결실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족이익’을 첫 자리에 놓는 민족우선 원칙아래 패권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의 세력균형 논리, 사회주의나 신자유주의 이념, 체제 선전 등은 배제되어야 한다.
회담의 주도권 다툼이나 사소한 절차문제, 회담대표 직급을 둘러싼 이견으로 대결하거나 소탐대실했던 지난날의 경험들이 참고 되어야 한다. 최대의 난제는 북한의 핵문제. 대화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반통일 세력들이 내세우는 것도 이 북핵문제의 선 해결 주장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과의 오랜 대결, 냉전이 빚어낸 결과로써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체결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인 것 같다.
최근 6자회담 재개도 거론되고 있어 이 난제는 그쪽으로 넘기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여겨진다. 남북대화에 핵문제가 개입하면 대화는 깨어진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한 것도 선후가 바뀐 비현실적인 비핵. 개방정책 때문이었다.
세계전쟁역사에 유례가 없는 정전상태 60년. 전쟁도 평화도 아닌 긴장과 대결로 남북한 민족은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외세는 돈을 벌고 재미를 보았다. 이 부조리한 구도를 깨고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였던 6.15공동선언을 민족양심과 UN등 국제사회도 지지해 나섰다. 그러나 분단 대결구조에 기생하여 이익을 챙기는 반통일 세력의 반대와 방해가 그동안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아 왔다. 남북대화는 화해, 협력으로 공동번영이라는 민족이익을 추구하는 한편 숙원인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미대결을 법적으로 청산하는 평화협정이 이뤄지도록 지원해 나서야 한다.

남북한이 아무리 좋은 것을 합의해도 북·미가 대결하면 물거품으로 된다는 것은 지난 역사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세계최대 투자금융회사이고 전 세계 경제정보를 한손에 장악하고 있는 금융자본의 본산 골드만삭스의 두뇌집단이 최근 남북한이 통일되면 일본, 독일을 능가하는 경제 강국이 된다고 하였다. 북의 자원과 훈련된 노동력, 남의 자본과 기술이 힘을 합친다면 세계로 웅비하게 된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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