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반도 해빙무드와 남북한 회담 결렬

2013-06-1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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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이명박 정권 때 강경일변도로 치달았던 대북정책이 박근혜정부 100여일 만에 해빙의 봄을 맞아 숨가쁘게 돌아간다. 북한이 남북 당국자 회담을 열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재개,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고 느닷없이 제기해온 것이다. 남한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즉각 화답, 마침내 서울에서 남북한 당국자 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쌍방 간에 참석자들의 직급문제 등을 이유로 결렬됐다. 사소한 문제 때문에 대어를 놓치는 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얼마 전 남북관계의 유일한 채널이던 개성공단을 남쪽에서 철수한 이래 이번에 재개된 양측간의 대화가 앞으로 잘만 성사된다면 그동안 경색됐던 남북한의 관계가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에 북한이 요구한 의제들은 모두 상호공존 및 인도주의적인 방향이 내포된 것들이어서 극한 상황에 놓여있던 남북한 대결구도가 이번을 계기로 보다 발전적이고 평화적인 모드로 선회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정책에 서서히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다는 징후일까?


노태우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 이후 이번 달 말 역대 7번째 이루어질 박근혜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박대통령의 대 북한정책에 한 가닥 희망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시진핑 주석이 절강성 당서기로 2005년 7월 방한했을 때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회담을 가진 바도 있어 두 정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안면을 튼 구면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만남은 남북한 문제에서 미중 양 국가간에 밀접한 관계형성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현해 나가는 데 있어 아주 절묘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도발적 언사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자신만의 대북 지렛대 역할을 극대화하려는 속셈이 분명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의 입장은 더 더욱 중국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얼마 전 개최된 오바마, 시진핑 두 강대국의 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차원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차제에 이루어진 이번 남북한 대화 재개는 박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남북한 대화재개 소식에 우리가 누구보다 기뻐하는 것은 조국의 안보가 남의 일로 여져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시 미 의회 연설에서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세계 평화공원 조성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제안은 한반도의 평화적 분위기 전환을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남북한 군사충돌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DMZ가 이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상징적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도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한층 더 강화하는 방법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적어도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는 점에서다.

부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박대통령의 창조적 발상 전환이 미중 양 대국 사이에 끼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민족의 미래에 단비가 되길 기대해 본다. 무엇보다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켜 ‘독재자의 딸’ ‘유신공주’의 강성이미지를 씻어내고 한반도 평화 및 남북한 공동번영을 이룩해 낸다면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기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남북한 회담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 역사적인 대업을 놓고 사소한 문제로 큰일을 그르치는 과오가 있어서는 안 된다. 장관급 아니라 그보다 더한 인물이라도 7,000만 한민족의 밝은 미래와 한반도의 평화, 공존을 위해 온몸을 던진다는 각오와 소명의식으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 자칫하면 한민족의 염원이 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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