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인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되리라

2013-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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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상록회 편집장)

2001년 9.11테러로 세계 무역센터가 무너져 내릴 때 희생된 전도가 유망했던 한 청년이 있었다. 뉴저지 레오니아 고교 재학 때 우수한 성적에다 학교 테니스 선수로 학교 명성을 드높이고,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경영학과를 졸업 후, 투자 운영회사에 취업해서 금융 분석가로 활동한 앤드류 김.

그는 직장업무 수행후 퇴근해서는 모교 후배 선수들을 열심히 지도한 선배 코치였다. 또 교회에서는 주일 학교 선생으로 청소년 그룹과 찬양팀을 조직하여 후배들을 바른 길로 이끈 모범 청년이었다. 짧은 생애 였지만, 맑고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다 갔기에 주위를 더욱 안타갑게 했다.


지난달 레오니아 오버팩 공원에서는 생전에 테니스를 사랑한 이 청년의 희생을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가 있었다. 버겐 카운티 정부와 앤드류 김 재단이 합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공원 테니스 코트 8면을 새롭게 재 단장한 후 앤드류 김 테니스 코트로 명명하고 봉헌하는 행사였다.

도노반 카운티장은 참석한 다수 지역 귀빈들과 200여명의 참석주민들에게 “지역사회에 봉사를 해 오다 변을 당한 김씨를 모든 주민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는 인상적인 개회사를 했다. 연이어 카운티 프리홀더 의장, 레오니아 시등 지역 명사들의 축사가 이어졌고, 앤드류 부모가 성 프란치스코의 시 ‘나를 평화의 도구로 삼으소서’를 낭독 할 때 모친이 눈물을 흘리며 시를 제대로 잇지 못하자 장내가 숙연해 졌다.

앞으로 이 재단 주최 앤드류 컵 쟁탈 테니스 토너먼트가 이 코트에서 매년 수 차례 열릴 것이라고 한다. 그의 부모는 지금까지도 출근하는 날 아들의 얼굴을 못 보고 보낸 것이 한으로 남아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닥친 슬픔과 절망을 어느 누가 감히 위로 할 수 있겠으며, 주위 분들이 보여주는 연민의 정과 어떻게 비교가 될 수 있었겠는가?

그의 부모는 아들의 죽음이 비통 속에서 탄식만 하는 가운데 헛되게 흘러가지 않도록 그 희생에 동기를 부여하고, 그가 생전에 지역사회에서 이루려던 꿈이 실현 될 수 있도록 ‘앤드류 김 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200년 부터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카운티 정부와 끈질기게 교섭하여 레오니아 도서관 옆 길을 ‘Andrew Kim Memorial Way’로 명명하게도 했다.

그의 부모는 지역 학생, 젊은 후세들을 돕는 값진 사업들을 펼치면서 당한 고통을 의연하게 극복했고, 죽은 아들도 가슴에서, 무덤에서 끌어내어 이 지역사회에서 계속 봉사활동을 이어가게 하는 의미있는 삶이었다. 엄청난 비극을 승화시키는 미래지향적인 괘적이었다. 버겐 카운티장이 개회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당부했듯이, 그의 이름은 영원히 기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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