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에서 온 한 통의 편지

2013-06-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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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시인)

한통의 편지가 서울에서 날아왔다.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에서 치룬 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이상문 회장의 편지였다. 벼슬길도 아닌 문학의 길을 인고의 정신 하나만을 가슴에 지니고 한 평생을 살다 간 선배 문인들도 많겠지만 지금도 그런 정신 하나만을 품고 문학의 길을 가는 문인들이 적지 않을 것인데 어쩌다가 한국문학의 밭이 양식을 일구는 밭이 아니라 쭉정이나 잡풀들을 무성하고 우거지게 키우는 황량한 흙 판이 되어버렸나 가슴이 답답하고 서글프기가 그지 없다,

“김 형! 한국에서의 한국문학은 이미 도태 되었습니다. 그나마 한국 펜클럽이 찌그러지고 상한 간판이라도 한국 땅에 걸고 지금까지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데 이나마 이 땅에서 살아진다면 한국문학의 숨소리는 어디에서 들을 수 있겠습니까! 멀리 계시지만 협조를 부탁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 생략)


그렇다! 도태된 한국문학, 아니 전체 한국문학의 도태를 누가 책임을 지고 뼈를 깎는 아픔의 성찰을 붓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인가? 한국에서의 경이적인 경제발전에는 거기에 뒤따르는 부작용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먹고 살만 하니까 슬금슬금 이름에 분칠을 해서 본 얼굴을 감추고 이상하게 화장한 얼굴을 내미는 아줌마 문학부대들이 문단에 대거 나타나 문단의 토양을 더럽히고, 아무런 자기 성찰도 없이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한글 실력으로 문학을 한답시고 문단을 들락거린다. 문학의 질은 떨어지고 잡지사나 출판사는 이들 덕분에 돈을 벌며 희희낙낙 한다.

I.M.F.시절, 탄탄하던 기업들이 도산 해 가는 어려운 위기의 시절에도 제일 먼저 문을 닫을 줄 알았던 잡지사들은 어느 한 곳도 문을 닫지 않았고 닫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줌마 문학부대 덕이었다. 한국문학의 도태는 한국문학을 한다는 한국문인들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해외에서의 한국문학의 풍토는 어떠한가? 거리로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제 멋대로다. 소크라테스의 기초 사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세상 천지에 깔려있는 그 흔한 미학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머리를 혼돈케 하는 인생철학이 무엇인지, 또한 문학정신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 보지도 않은 자칭 문인들이 우글댄다. 연습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배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본질론과 시학을 모르고 시를 쓰는 사람들이 과연 시인이라 할 수 있을까?

르네상스 이후로 세상에 나온 책만도 수백 만권이 넘는다. 아직 읽히지 않은 그 책들 중에는 그 것도 거의 명작들인데 과연 아줌마 문학부대들이나 자칭 문인들이 돈 들여 만든 잡기의 책들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 할까?

한국에서의 아줌마 문학부대들이나 잡기를 문학 작품이라고 쓰고 있는 해외에서의 자칭 문학부대나 다를 바 없는 현 시점, 자기성찰이 있지 않는 한 한국문학의 목숨은 한국 펜클럽의 이상문 회장의 말과 같이 도태 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은 스스로 되지 않는다. 신은 있으되 교회나 절을 찾지 않으면 신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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