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뚤어진 치맛바람

2013-06-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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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얼마 전 초등학생 자녀를 명문 중학교에 보내려고 일부 한국학부모들이 자녀의 모자란 성적을 올리겠다고 교사에게 압력을 가해 반 전체 학생들의 성적표 혹은 품행기록을 수정하는 파행적인 행태가 한국에서 벌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런 행위의 결과는 무엇일까? 자녀의 앞길에 부정적인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교육에도 해악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빗나간 교육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훗날 어떤 성인이 되어 어떤 사회생활을 해나갈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또 국내에서 미국판 수능 SAT 시험 문제지 유출사고로 시험이 돌연 취소되는 사건이 발생해 한국교육계의 치부가 극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드러냈다. 이 문제로 며칠간 한국사회가 들썩 거리더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그대로 묻혀버렸다. 교육이 백년대계라고 본다면 사실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어디 있는가. 한나라의 SAT시험 전체가 취소된 것은 부끄럽게도 한국이 사상 처음이다.


2011년-2012년 사이 미국내 외국인 등록 학생 76만4,496명 가운데, 한국출신은 7만2,295명으로 중국, 인도에 이어 미국에 학생을 많이 보내는 21세기 판 ‘맹모삼천지교’의 나라가 한국이다. 교육열성의 한류로 타민족들을 놀라게 하는 한국의 치맛바람이 비뚤어진 아이들을 양성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한국의 학생들이 아무리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들, ‘부정시험 코리아’ 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한국계 학생 전체에 덧씌워진다면 선량한 한인2세들까지 매도당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어려운 이민환경 속에서도 뛰어난 노력과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내 유명대학에 장학금까지 받고 진학하는 자녀들이 주변에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상급 대학교육을 받는 목적은 장기적으로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함이다.

이러한 숭고한 취지와 달리 단순히 명품대학 졸업장을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입학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치맛바람은 결국 편법, 불법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기형적 명문대 졸업생들만 배출하는 꼴이 될 것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이러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 때로는 비도덕적이고 패륜적인 인간으로 낙인찍힐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올바른 교육을 받지 못하면 훗날 아무리 최정상에 올라가도 결국은 인생 낙오자, 패륜아, 파렴치한이 되는 전철을 피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 성추행 혐의로 나라 전체의 품격을 크게 훼손했던 한국의 최고위 공직자 전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나, 최근 비자금문제로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전두환 대통령과 그의 아들 전재국의 파렴치한 행위 등이 그런 예화가 아닐까.

자녀 교육하면 덕(德)으로 자식을 훌륭한 도학자로 키운 이율곡의 어머니 신사임당이나 유가 사상계에서 공자에 버금가는 인물로 성장시킨 맹자의 어머니 장씨, 눈물의 기도로 아들을 성자로 만든 성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그보다 더 오래전인 2,500년 전 고대 로마 때에도 자식을 훌륭하게 기른 어머니교육이 있었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성 추행범이나, 비자금을 은닉하는 파렴치한으로 만든 것이 아니고, 서양역사에 기리 남는 위대한 영웅으로 만든 그의 어머니 아우렐리아.

그는 자식교육에 남다른 열의를 가지고 당시 사설학원도 있었지만 가정교사 역할을 직접 하였다. 그러나 명문학교에 보내겠다고 성적을 뜯어고치는 등의 비행은 저지르지 않았다. 결국 카이사르는 어머니의 올곧은 교육에 의해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등을 고루 갖춘 인물로서 로마역사에 남는 위대한 영웅이 되었다. 그것은 거듭되는 얘기지만 당시 사회에서도 귀감으로 여겼던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현명한 교육 덕분이었지 비뚤어진 치맛바람 때문은 아니었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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