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두 흠뻑 젖었다

2013-06-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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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무엇에 흠뻑 젖었나? 우산 준비 없이 소나기를 맞았나? 방향이 다른 이야기다. 아니면 행복감에 젖었나? 비슷한 느낌이지만 정곡을 찌르지 못했다.

지난 5월18일 뉴욕에서 제27회 어린이예술제가 열렸다. 14 한국학교가 참가한 이 모임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한국문화에 흠뻑 젖었다. 참가교들은 북춤 6, 악기 연주 1, 한국무용 4, 검도 1, 연극 2의 종목을 공연하였다. 그들이 보여준 다양한 재능은 청중들을 하나의 흐름 속으로 유도하였다. 그것이 바로 한국문화의 독특한 흐름이었다. 둥둥 둥둥둥 울리는 북소리, 바탕에 은은히 흐르는 아리랑은 장내를 가득 채우며 모두의 마음을 촉촉이 젖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북은 오랜 옛날부터 악기로서뿐 아니라, 전쟁터에서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썼다. 또한 일할 때 흥을 돋우기 위해서도 북을 두드렸다. 이처럼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북으로 사물놀이, 삼고난타, 모듬북, 소고춤 등을 연주하니 어린이들이 북소리에 익숙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아리랑은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민요다. 고대부터 생겨난 것이 조금씩 바뀌면서 전해진 듯하다. 이 민요는 아름다운 가락으로서 예술적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미 유네스코에서 무형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하였으니,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아리랑이 되었다. 이날 악기가 연주되는 바탕을 이 아리랑이 흐르고 있었으니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곡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어린이들에게 한국문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이론으로 알린다는 뜻이 아니다. 그들이 체험으로 몸에 익혀서 마음으로 깨닫게 한다는 뜻이다. 어린이예술제에 참가하고 구경하는 동안에 그들을 적신 한국문화는 어린이들 몸과 마음속에서 충분히 잘 익을 것이다.

이번 어린이예술제에서 분명하게 깨닫게 한 사실은 학습자료와 학습효과의 관계이다. 어린이들이 제각기 북을 두드리며 신이 났던 것은 북이 충분하게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근년에 뉴욕한국문화원은 각 학교에 풍부하게 국악기를 대여하였다. 국악기를 제공받은 각 학교는 국악연주 기술을 가르칠 수 있었다. 이 일은 학습자료와 학습효과의 밀접한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오직 국악과에 속한 일인가.

어린이예술제는 27회를 거듭하는 동안 창설 당시의 기본 정신을 지켜왔다. 즉 학교들의 친목과 교육활동의 연구 목표를 위해 ①다수 학교가 참가하도록 권장한다. ②경쟁심을 부추기지 않도록 특상을 주지 않는다. ③출연 종목은 한국문화로 제한한다 등이다. 특별한 상을 주지 않는 이유는 다양한 종목을 대표하는 상을 정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학교가 받는 트로피는 ‘참가상’이 아닌 ‘금상’임이 분명하다.

어린이예술제의 앞으로의 전망이 매우 밝다. 27년 동안 성장하면서 건강한 정신과 운영방침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 학교의 교육내용과 방법을 반영하고 있으며, 다양하고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서로서로 알맞게 자극하는 일은 각 학교 성장의 영양소가 되고 있다.

어린이예술제는 큰 즐거움을 준다. 아름다움.즐거움.어울림.새로움이 모여 어린이들의 꿈을 키운다. 이는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국문화 특별 상품이다. 또한 어린 시절을 만끽한 사람만이 건강한 어른이 됨을 기억하면서, 어린이들에게 바치는 영양제이다. 어린이들아, 어린이예술제를 마음껏 즐겨라. 그리고 어린이예술제가 왜 즐거운지 생각해 보자.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더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 더 큰 멍석을 깔아주자. 더 풍부한 자료를 주자. 더 큰 소리로 칭찬을 하자. 그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멍석 위를 데굴데굴 뒹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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