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젤리나 졸리의 선택

2013-06-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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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사람이란 누구나 아름다워지기를 바란다. 이건 여자와 남자 구분이 없다. 그러나 여자들이 더 미모에 관심을 갖고 예뻐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성형수술을 한다. 납작한 코를 세워 클레오파트라의 코처럼 높디높게 만든다. 불거진 광대뼈는 깎아 계란형의 부드러운 곡선의 얼굴로 변형한다. 쌍꺼풀수술은 아예 성형수술 취급도 못 받는다.

얼마 전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돌 남자 가수 중 하나가 성형수술을 하고 나와 방송을 하는데 완전히 꽃미남으로 바뀌었다. 수술 전과 후를 보여 줬는데 기가 막힐 정도로 수술이 잘 됐다. 어떻게 저렇게 바뀔 수가 있을까. 요즘 한국에선 너나 할 것 없이 성형수술을 받아 젊은 여자들의 얼굴이 인형처럼 보인다고 하니 가관이다.


작은 가슴의 여자들은 글래머하고 더 섹시하게 보이려고 성형수술을 한다. 젤리종류를 가슴에 넣어 부풀리는 수술이다. 유방성형수술이라 하는데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풍만한 유방을 둘 다 절제해 버린 유명 배우가 있다. 세계적인 여배우로 남편도 세계적인 배우인 브레드 피트의 아내인 안젤리나 졸리(38)다.

졸리는 지난 5월14일 유방절제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 원인유전자인 BRCA를 보유하고 있어 예방차원에서 잘라냈다. 졸리는 난소암으로 사망한 어머니 때문에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유방암유전자가 조기 발견됐다. 그녀가 수술을 받은 지 2주도 안 되어 그녀의 이모인 데비 마틴(61)이 유방암으로 숨졌다. 졸리의 선택은 옳았다.

뉴욕대학 영화학과를 나와 30여편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졸리는 세 번의 골든글러브상과 한 번의 아카데미 최우수상을 받았고 2009년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뽑히기도 했다. 유엔난민기구의 홍보대사로 봉사하고 있으며 2005년 브래드 피트와 살기 시작하면서 여러 아이들을 입양해 양육하고 있다.

2006년 피플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인의 1위에 뽑혔던 졸리. 왜 그녀는 자신의 아름다운 가슴을 그것도 한 쪽도 아닌 두 쪽을 다 도려내야만 했나. 답은 간단하다. 생명이 아름다움보다 더 귀중하기에 그랬을 거다. 요즘 의학은 도려낸 곳에 다시 인공유방을 성형시킬 수 있다 하니, 그녀의 아름다움은 곧 다시 살아날 것이다.

아름다움을 선호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속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성형왕국 제1위로 꼽히는 것을 나무랄 수 없는 것이 이 이유 때문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여성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얼굴과 가슴 그리고 맘에 안 드는 몸의 세부적인 부위까지 성형하여 수술하는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본능의 결과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을 해도 너무 과하게 한다는 데 있다. 어떤 배우는 성형수술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하여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배우도 있다. 오히려 하지 않은 만 못하다는 게 중평이다. 자연스런 매력을 풍기는 여배우들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성형수술은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를 깡그리 죽여 버리는 암초가 될 수 있음이다.

사람의 눈엔 사람이 보이고 동물의 눈엔 동물이 보인다. 양귀비 같은 천하절색 미인이라 해도 개와 같은 동물의 눈에는 한 갓 다른 동물로 보일 뿐이다. 개에게는 개만 눈에 띌 뿐이다. 연못에 노니는 물고기를 양귀비가 쳐다본들 그들이 알아볼 수 있겠는가. 없다. 물고기의 눈엔 연못 속에 피어난 물풀들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여자의 몸? 어떤 사람들은 여자의 누드야말로 신이 만들어낸 걸작품 중의 걸작품이라 한다. 보이는 것 중의 아름다움을 말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생명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가슴을 생명보다 더 아름답게 여겼다면 그녀는 유방절제수술을 하지 않았을 게다.

생명이 있는 한 모든 것은 아름답다. 생명이 끊어진 여인의 몸에서 어찌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겠나. 성형 수술하여 예쁘게 보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신만의 매력 포인트는 살려야 한다. 졸리는 아름다움보다 생명을 선택했다. 길가에 이름 없이 피어나고 있는 들풀도 생명이 있음에 아름다워 보인다. 생명이 끊어지면 아름다움도 예쁨도 모두가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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