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입 A를 벗어나라”

2013-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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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

같은 마을에 사는 두 나무꾼이 산속에 들어가 나무를 했다. 한 사람은 허리가 굽은 노인이었고 다른 사람은 새파란 청년이었다. 두 사람의 일하는 방식은 뚜렷하게 달랐다. 청년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땀 흘려 일했고, 노인은 한 시간마다 쉬어가면서 천천히 일했다.

집으로 돌아갈 저녁이 되어 지게에 쌓아 올린 나뭇단을 서로 바라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천천히 일한 노인의 것이 훨씬 많았다. 짐짓 놀란 젊은이가 노인에게 물었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고, 영감님은 쉬어가면서 천천히 일하지 않았습니까?” “자네는 쉬지 않고 일만 했지만 나는 틈틈이 도끼의 날을 갈면서 일을 했네. 다음부턴 일만 하지 말고 틈틈이 무뎌진 도끼의 날을 갈게.”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는 청년과 같은 성격을 ‘타입 A’ 성격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람에겐 ‘타입 A’ 성격을 가진 사람이 유난히 많다. 이런 사람은 무엇이든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속사포 기질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 온 이민자 중 가장 빨리 자립하는 민족이 한국 사람이다. 야심차고 욕심 많고 남에게 지고는 못 사는 ‘타입 A’의 성격이 빠른 자수성가를 이루어 낸 것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쓰러지는 사람도 역시 한국 사람이라는 통계가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타입 A’형의 사람은 대체로 조급증이 심하다. 이런 사람은 항상 총알 같은 삶을 살아간다. 늘 두 세 가지 일을 동시에 벌려놓고 속사포처럼 처리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와 속도가 맞지 않으면 조급해서 견디지 못한다. ‘타입 A’의 사람은 완벽성과 조급성 때문에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 참을성이 부족하고 이유 없이 화를 잘 터트린다. 느긋하게 일하는 사람을 보면 도무지 견디지 못한다. 이처럼 조급증이 심한 사람의 내면에는 무모한 완벽주의가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시대, 같은 환경에 살았지만 인격과 성품이 대조적인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사울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다윗이다. ‘타입 A’의 성격을 가졌던 사울을 보면, 그는 참고 기다리는 것을 모르는 폭포수같이 조급하고 직선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다윗은 달랐다. 그는 남보다 앞서서 빨리 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 살지 않았다. 성질이 조급하고 욕심 많고 참을성 없는 사울과는 성품이 확연히 달랐다. 그는 베들레헴에서 사무엘에게 왕의 기름부음을 받고도 서둘러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사울의 삶에서는 덜 익은 과일의 풋 냄새가 나고, 다윗에게서는 잘 익은 포도 열매처럼 묵묵한 완숙미가 흐른다. 삶은 속도로 사는 것이 아니다. 성숙을 향한 기다림과 인내로 사는 것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과 아름다운 인격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삶이다.
유다 신비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헤셀은 말했다. “소란스러운 세상의 행위를 잠재우는 침묵만이 하나님 보좌의 영광을 표현할 수 있다.” 타입 A에서 벗어나려면, 틈틈이 나 자신 영혼의 도끼날을 갈아 더 높이 도약하는 창의적 삶을 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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