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인

2013-05-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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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역만리 이곳 미국에 와서 불철주야 내 몸 아끼지 않고 앞만 보고 뛰어온 이민세대. 한 사람이면 금값, 두 사람이면 은값, 세 사람이면 동값, 단체심 부족한 민족이라 해도 금값을 살려 타민족이 하던 야채가게, 델리가게, 세탁소 다 밀어내고 네일가게까지 개척하지 않았던가. 유대인은 한국인이 옆가게에 같은 업종을 차리면 문을 닫고 떠난다고 할 정도다. 유대인 랍비 보다 더 아끼고 절약했기에 이것이 우리 이민자들에 사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이 이민을 와서 야채가게에서 일을 하게 됐다. 주인이 “얼마나 일을 했소?” 주급결정을 하자면 경력이 있어야 하니까 “1년 했습니다.” “그럼, 얼마를 주겠습니다.” 주급결정을 하고 일을 시작하는데 수박을 하나 자르라고 했다. 칼을 든 사람이 수박은 자르지 못하고 한 여름에 중풍병자처럼 떨고만 있다. “그러지 말고 딸기를 파시지요” 딸기 박스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일꾼. 왜 수박 앞에서 딸기 박스 앞에서 떨며 고민을 했을까. 주인이 보다가 일꾼을 불러 커피 한잔 사다주니 일꾼이 하는 말 “사실은 경험이 없습니다”했다. 솔직하게 고백하는 그 사람과 몇 년을 같이 지냈던 그 시절이 가끔 스친다.

늙은 선생이 사과나무를 심고 있었다. 지나가는 그 지역의 부자가 선생이 사과나무를 심는 것을 보았다, 선생 지금 사과나무를 심으면 먹지도 못할 것을 왜 심는 것이요 했다. 선생은 저 사과나무는 내가 어릴 때 내 아버지께서 심으셨기에 지금껏 내가 먹고 있었소 했다. 우리는 이민와서 사과나무보다 더 귀한 당신과 나의 열매를 심은 것이요. 이것이 한국인의 아들과 기쁨이리라. 조성구(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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