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아듀~금융위기, 웰컴~경기회복

2013-05-3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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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경제팀 기자>

’다우지수 사상 최고 경신’, ‘부동산 경기 회복’, ‘실업률 오바마 취임 이후 최저’

요즘 뉴스를 보면 경제 회복을 알리는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뜨고 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연일 5만을 넘어섰고 최근 21일에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위원들이 양적완화 축소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들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방 상무부가 23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월 신규주택 판매는 2.3% 증가한 45만4,0000채로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전국 집값이 14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했다. 최근 발표된 4월 실업률은 7.5%로 4년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이렇게 ‘공식적인 자료’들은 분명 미국 경기가 나아지고 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취재 중 만난 한인 소상인들에게 경기가 나아졌냐고 질문을 하면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다. CNN 머니가 5만명의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는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눴던 한 뷰티서플라이 업주는 "작년보다도 벌이가 더 못한 것 같다"며 "여름이 성수기인데도 이 정도면 가을, 겨울에는 어떨지 벌써부터 막막하다"고 걱정을 털어놨다.

금융계에 있는 한 관계자는 "다우지수 등은 월스트릿을 중심으로 나오는 수치들을 기준으로 하는데 금융가에 돈이 많이 돈다고 해서 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호재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정부가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돈을 많이 풀었기 때문에 금융 지표들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왜 소매업체들은 경기 회복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스몰 비즈니스 업종들은 대부분 중산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데 이들의 지갑은 여전히 닫혀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렌트, 모기지 등을 내기에도 버거워 생필품(core product)나 필수 서비스(core service)가 아닌 부분의 소비는 줄이는 경향이 있다. 즉 외식을 2번에서 한번으로 줄이고, 미용에 쓰는 돈도 아끼게 된다. 올해 메모리얼 데이 여행객이 작년보다 0.9% 줄었고 그나마도 80%는 비행기 대신 자가용을 이용한 사실은 여전히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또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빠른 속도로 줄지 않는다는 점을 꼬집는다. 금융위기 직후 10%까지 올랐던 실업률은 최근 7.5%로 떨어졌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할 때 ‘실업률 6.5%’’의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매월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하지만 여전히 15만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낮은 모기지 이자율로 렌트 대신 주택 매매를 선택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주택구매가 늘고 있고 수요는 많은데 비해 공급이 적어 집값이 오르는 등 부동산 경기에 청신호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미국의 값싼 노동력을 위해 해외로 생산공장을 뒀던 많은 기업들이 다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제조업이 살아나는 점 또한 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로 들어섰는지, 아니면 언제 들어설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한인 소상인들이 긍정적인 경제 지표들에 기대감을 갖고 다시 한번 파이팅을 외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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