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

2013-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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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목사)

얼마 전에 사랑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바자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네이션을 받아 모아둔 의류나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행사였다. 지나는 이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 각자 필요한대로 찾아서 구매해 가는 모습을 보았다.

가격을 일정하게 적어서 붙여놓지 않고 어떤 것은 몇 십 센트에서 몇 달러까지 판매하는 사람 마음대로 가격을 정해서 판매하도록 하고 대다수 1달러에서 2달러 정도만 받고 아무리 비싸도 10달러를 넘지 않게 했다. 판매하여 돈을 벌기 위한 바자회가 아니라 나누기 위한 바자회임을 판매하는 이들에게 먼저 알게 한 것이다.


우리 교회의 주변에는 다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한인은 물론 유럽인이나 아시아인, 그리고 남미인 등 전 세계 민족이 함께 살아가다 보니 부유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누구를 막론하고 필요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나누기 위한 ‘사랑나눔 바자회’를 열었다. 판매수익금은 또 다른 선교와 나눔을 위해 쓰여진다.

비싸게 팔아서 많은 이익을 남겨 선교지에 많은 선교비를 보내면 좋겠지만 이곳 미국에도 1달러가 없어서 한 끼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음을 알기에 지나가다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료로 가져가라는 의미로 매년 몇 번씩 바자회를 열고 있다.
제사를 지내는 제기도 일 년에 한 번은 쓰는데 일 년 동안 한 번도 안 입는 옷이 여러 벌이고 일 년에 한 번도 안 쓰는 물건들이 집안에 얼마나 많은가? 일 년 동안에 한 번도 안 쓴다는 말은 필요 없는 물건, 즉 쓰레기라는 말이 된다. 이렇듯 우리는 쓰레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쓰레기는 버려야 한다. 가지고 있으면 자리만 차지하고 급기야 더러워지고 냄새가 난다. 그런데 버리기는 아깝고, 갖고 있기는 부담스러운 물건들을 나누기는커녕 누군가 집에 찾아 왔다가 관심을 가지면 욕심을 내며 쓸 것처럼 이야기 하고 또 다시 쓰레기를 버릴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런 물건들을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하자는 의미로 『아ㆍ나ㆍ바ㆍ다』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를 실천하는 기관이나 단체들이 많이 있음을 안다. 우리 교회는 이런 뜻으로 집안에 있는 물건들 중에 잘 쓰지 않는 것들을 모아 나누는 행사로 ‘사랑나눔 바자회’를 마련한 것이다.

예수님도 말씀하시기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이웃을 사랑한다면 아끼는 내 것이라도 내 것이라 여기지 않고 나눠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물며 쓰레기처럼 일 년 동안 한 번도 안 쓰는 물건까지도 나눠주지 않는다면 이는 욕심이요. 그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그 죄가 장성하면 사망을 낳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고 날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또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시니라.”(행 2: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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