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꾸로 가는 일본정치인들

2013-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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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100년 전 캐나다출신 의료선교사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 박사는 일본의 조선 강점기간 중 조선의 3.1운동을 적극 지지,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양심 있는 행동가였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의 의과대학 교수로서 일본의 만행 및 한민족의 의거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또 미국인 기독교 선교사 제임스 게일은 일본 경찰들에 의해 성폭행과 성고문이 자행될 때 수치와 고통 속에서도 저항을 그치지 않은 조선인들의 투쟁의식에 경악했다고 한다. 그 극심한 고통을 어린 여학생들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이처럼 용감하고 의로운 민족이 있는가 모르겠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이 있음에도 일본의 양심은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변할 줄 모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얼마 전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와 다를 바 없다”면서 “앞으로도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미국 내 양심과 의식 있는 이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이번에는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전쟁 수행 중에 위안부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일본정부가 전쟁시 위안부를 강제동원에 관여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하는 등 최근 일본정치인들의 망언은 막가파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망언은 최근 미국내 일본 종군위안부에 관한 비난여론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이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 여성 20만 명에 대해 성적으로 착취한 사실을 규탄하고 나섰다.
일본계 미국 정치인 마이크 혼다, 스티스 이스라엘 연방하원의원 등도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당시 상황 상 필요했다는 하시모토 시장의 발언을 거세게 비난했다. 미국에서는 이 이슈와 관련, 뉴저지주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주 상원에서도 현재 소위원회에서 이 결의안이 상정돼 있는 상태다.

3.1운동 당시 조선의 상황을 보도한 미국인 프레드릭 아서 맥켄지 기자는 어린 여학생들의 옷을 벗기고 채찍질하고 담뱃불로 어린 소녀들의 살을 지지고 감금시키는 등의 고문이 여러 지역에서 무차별로 가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경찰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젊은 부녀자들의 옷을 벗기고 때리고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어 많은 남자들 앞에서 욕보였다고 폭로했다. 멕켄지 기자는 이런 수치를 당하면서 경찰서에 끌려간 여학생들로부터 들은 말을 옮겨 적었다. “일제의 폭력은 무자비 하였다.

특히 여성들은 간악하고 사악한 성적학대와 고문에 맞서 맨몸으로 맞섰다.”일본이 자행한 검은 역사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없듯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감춰지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던가. “역사는 발뒤꿈치에 생긴 굳은살처럼 문질러도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라고.

흔히 한국인들은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말들을 한다. 일본의 본 모습을 확실히 알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의 말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동북아 패권의식을 갖고 노골적으로 군국주의 야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의 음흉한 속내를 알고 있는 이상 그들의 과거사 왜곡에 소홀히 대처해서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일본의 만행에 한국인의 비폭력항거가 100년의 시공을 초월한 지금, 미국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망언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의 비열한 역사왜곡 시도에 우리는 철저하게 대응해야 겠다. 이는 우리의 2세들에게 확실한 뿌리의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값비싼 집이나 노른자 위치의 가게가 중요한 게 아닐 것이다.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우리 이민 1세들이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진정 값어치 있는 유산이 아닐까.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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