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보들의 행진

2013-05-24 (금)
크게 작게
한재홍(목사)

요사이 사람들의 지나친 머리다툼이 도리어 바보들의 행진이 됨을 보게 돼 마음이 무겁다.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이것은 누구에게 유익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 좀 지혜롭게 살았으면 한다.

갑이 을을 때리니까 맞고 난 을이 병을 때린다. 맞고 난 병이 화가 나서 갑을 때린다. 얼른 보면 서로가 하나씩 때리고 맞았으니 공평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위를 하면서 분을 삭인다. 그러나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모두 다 손해를 본 것이다. 이런 모습이 현대인의 삶이요, 사회상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다. 학생이 잘못하면 두 학생을 불러내 앞에 세우고 서로에게 뺨을 열대씩 때리게 한다. 처음에는 서로 가볍게 친다. 몇 대 얻어맞으면서 상대방에게 더 세차게 때린다. 그러다 보면 힘을 다해 때리게 되고 서로가 분을 품고 힘을 더한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이 엄청난 손해를 본다. 그것도 모르고 상대방을 때리는데 열을 올리면 되겠는가? 스스로가 손해를 보고 희생하면 좀 더 좋은 결과를 가질 수가 있다.

이는 가정에서나 단체, 더 나아가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서로가 존중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서로에게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제 살 깎기의 어리석은 상황에서 우리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서로에게 유익이 될 길을 찾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성경의 말씀처럼 뱀처럼 지혜롭게 행동을 하려는데 비둘기 같이 순결함인 자연의 순리는 없다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소통이 안 된다. 왜 가정에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 가정불화가 생기는가? 진정한 신뢰가 없어서이다. 기관이나 국가나 다 자신의 이해부족해서 오는 결과이다. 이런 것이 지속될 때 사회가 혼란하고 불신으로 무서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바보들의 행진을 그만 두자.

특히 바보들의 행진이 교육에서 보여짐으로 미래가 더욱 어둡다. 이기적인 사고로 진정한 친구애가 학교생활에서 싹트지 못하고 경쟁의식만 심화되면 더 어두운 미래가 기다릴 뿐이다. 배움 자체가 누구를 위해서인가? 자신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을 주고 더 나아가 국가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이런 문화와 교육정신이 사회를 살찌우는데 지금 우리는 어떠한 사고로 내일을 위한 교육에 임하고 있는가.

더 이상 바보들의 행진을 그치고 서로에게 존경받으며 다 함께 뜻을 모으고 더 나아가 모두가 유익이 되는 길을 가자. 때리고 맞으며 나도 한 대 때렸으니 본전이라는 어리석은 사고가 더 이상 우리의 삶에서 통하지 않게 하자. 타인으로 하여금 장밋빛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누리며 살게 하자. 이기적인 사고는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도 어둡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때 우리가 사는 사회는 아름답게 물들 것이다. 우리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그리고 순수하고 깨끗한 혈통의 백의민족의 후예다. 이민의 땅에서 이런 우리만의 좋은 점을 잘 살려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