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다

2013-05-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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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역사적으로 성공한 위인들을 보면 대부분 월등한 학교성적이나 좋은 대학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그들의 성공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잠재된 창의성을 개발하고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열정과 비전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였다.

대학을 중퇴하고도 세계를 혁신적으로 바꾼 애플의 공동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나 학교문전에도 못가고도 미국역사상 존경받고 있는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 등은 모두 높은 학교성적이나 이름 있는 대학 문전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한인학생 중에 이따금 대학입학 시 요구되는 SAT점수 거의 만점을 받고 다양한 봉사경험이나 과외활동 및 특기 등을 고루 갖췄음에도 아이비리그대학 입학사정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대학 측이 그 학생에게 남다른 꿈과 비전, 그리고 창의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자신의 개성이나 재질, 좋아하는 것을 잘 살려 공부한 학생들이 주로 성공의 반열에 드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세상을 획기적으로 뒤바꾼 스티브 잡스의 이름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는 이 시대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잡스는 어떻게든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나 하는 원대한 포부를 가졌었다. 아직도 너나없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한국학생들의 실상과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다.

이제 대학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원대한 포부를 안고 사회로 나오는 졸업시즌이다. 졸업생들은 잡스가 생전에 주창하고 행했던 혁신적인 모토,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는 교내에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치열하기 때문이다. 사자가 우글거리는 정글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5년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미국의 경제상황은 지금 말이 아니다. 연방정부가 수천만 달러씩 쏟아 부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그 간극 메우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졸업생들의 잡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고 그러다 보니 학생 당 몇 만 달러씩에 이르는 대학 학자금 빚 갚기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현실은 무조건 좋은 대학만 나왔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학을 나오고도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이제 시대는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사람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혁신적인 꿈과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 창조를 위해 열광하는 열정이 요구되는 사회다.

뉴욕타임스 기고가 토마스 프리드만은 이제 우리 사회는 더 많은 스티브 잡스를 필요로 한다고 하였다. 그가 걸어온 숱한 실패와 좌절의 삶을 통해 뿌려진 씨앗을 낱낱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대학문을 나서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잡스는 생전에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일곱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세상을 바꿔라. 창의성을 일깨워라. 제품이 아닌 꿈을 팔아라.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어라.

미켈란젤로는 목표를 높게 세우고 실패하는 것 보다 수월하게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낮추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하였다. 30년 전 잡스는 방구석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던 보잘것없는 청년에 불과했다.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이 그저 하나의 돌덩이로 본 대리석에서 다비드 상을 본 것 같이 컴퓨터 속에서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았다.

대우그룹의 창업주 김우중회장은 자서전에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였다. 이제 대학 졸업생들은 어려운 경제환경에 주눅들 것이 아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내면에 어떠한 잠재력이 있는지, 자신의 아이디어와 영감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잘 파악하여 저 높은 창공을 향해 훨훨 날아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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