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여성 의식 많이 달라졌다

2013-05-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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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내 (컬럼비아 의대 임상조교수)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성추행을 하면, 대개의 경우 주위사람들이 “여자가 창피스럽게 왜 그런 일을 경찰에 보고 하니? 하지 마, 잘못하면 시집도 못가.” 하면서 신고를 못하도록 말렸었다.

미국은 다르다. 2년 전, 2011년 5월에 호텔 청소부를 성추행한 신고를 받고 뉴욕 경찰은 그 당시 IMF 회장 스트로스 칸을 체포해서 감옥에 넣고 조사한 적이 있었다. 만약 이번에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하루만 더 미국에서 체류를 했었다면 체포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워싱턴에서 윤 씨는 박대통령의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는 참석도 않고, 대신, 다른 호텔로 인턴여성을 밤 시각에 불러내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했다. 피해여성은 미시민권자로 이번 행사를 위해 채용된 20대의 여대생이었다. 그녀는 피해사실을 9.11에 신고했다.

그러나 윤 씨는 한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부정했다. ‘미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문화’를 잘 몰랐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에서는 그런 성추행을 자주 해왔었다는 뜻이고, 그런 성추행을 하더라도 여자들이 경찰에 신고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 아닌가. 그리고 그에 반해, 미국에서는 성추행을 하면 여성들이 금방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는 의미로 들린다.

이번 윤 씨 추행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해 보았다. 피해여성의 주위사람들은 그에게, “야, 네가 얼마나 점잖지 못한 행동을 했으면 남자가 너한테 그런 짓을 했겠니?” 하고 그녀를 나무랐을 것이다. “네가 가만히 있었더라면 크게 문제가 없었을 텐데 괜히 말썽을 일으켜 한국이 세계적으로 망신을 샀단 말이야”하고 그녀를 나무랐을 것이다.

“야, 너 때문에 윤 씨가 청와대 대변인 자리를 놓치고 말았단 말이야. 그 사람 불쌍하지도 않니?”하고 그녀를 비난했을 것이다. 가족들은, “야, 너 때문에 어디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니?” 하고 그녀를 꾸짖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그녀 자신은 스스로 “내가 괜히 사실을 신고했나?” 하고 후회가 막심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예전에 못된 짓은 남자들이 다 저질러 놓고 책임은 여자들이 다 뒤집어썼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여성들은 많이 변했다. 강하고 힘차게 변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6년도에 어느 국회의원이 여기자를 성추행했다고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그 후부터 한국에서도, 특히 20대 여성들은 성추행을 당하면 금방 경찰에 신고해 버린다. 하지만 30-40대 이상 중년층 여자들은 아직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않는 버릇이 있다고 들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국의 중년층 여인들도 성추행을 당하면 당국에 신고하는 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피해여성이 겪은 고통에 연민을 느끼면서 신고한 여성의 용기에 칭찬을 보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의 여성인권이 더욱 신장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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