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심청아, 같이 놀자

2013-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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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교육가)

‘심청 이야기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대목은 어딘가? ‘ 많은 학생들이 ‘장님잔치’를 가리킨다. 거기서 심봉사가 눈을 떴으니까, 생각만 하여도 신이 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해피엔딩인 까닭에 마음 놓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지금 이 시대, 이 지역에 심청을 초대하는가. 요즈음 ‘심청, 뉴욕에 오다’ 관계 보도가 나가자마자 몇몇 분한테서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이 질문에 대하여 ‘산이 있어서 거기에 오른다’고 말한 어느 등산가의 말을 빌려 ‘심청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한다. 그럼, 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는가.


그것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웃사랑, 나라사랑, 인류사랑으로 확대되는 기반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이 점점 자라서 큰 나무로 성장하듯, 사랑의 씨앗도 가정생활의 작은 부분에서 싹튼다고 생각한다.

심청은 효(孝)사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언뜻 생각하면 그녀의 이야기가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부담감을 안겨줄 염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2세들은 현명하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사랑하고 있지만, 자신의 생명을 바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과장 없이 말한다. 또한 그들은 심신의 성숙도에 따라서 자기 스스로 부모 사랑의 방법과 정도를 이미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러나 동화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전래동화의 출발이 권선징악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대가 변하였고 교육방법도 달라졌다. 그냥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소개되기를 바란다. 또는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자의 느낌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자료로 삼기를 바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심청과 함께 놀면 좋겠다. “너 바다에 뛰어들 때 무섭지 않았니?” “무서웠지. 그래서 두 눈을 꼭 감았어” “어떻게 꽃 속에 들어갔지?” “나도 몰라” “아빠가 눈을 떴을 때 첫마디는 무엇이었지?” “우리 청이 예쁘구나!” “아빠하고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디즈니랜드” 이미 어린이들의 상상력은 동화에서 벗어나 제각각이다. 이래도 좋지 않은가. 어린이들의 성숙도에 따라 이야기의 해석이 달라지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여튼 심청을 가족으로 삼고 싶다. 신데렐라나 피노키오와 함께 우리 곁에 두고 함께 생활하고 싶다. 아마 그녀는 백설공주, 빨간 망토 아가씨와 금세 친구 되어 다 같이 햄버거를 먹을 것이다. 이렇게 심청하고 같이 생활하면 서로 주고받는 것이 많을 듯하다.

심청에게 미국시민권을 주려고 뉴욕시장이 나타났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질문을 한다. “왜 그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가?” “나는 미국시민들도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심청을 미국에 머물게 하고 싶다” 다행히 뉴욕시장한테서 미국시민권을 선물로 받은 심청은 여기서 우리와 함께 생활할 것이다.

한국의 5월에 ‘어버이 날’이 있다. ‘어’는 어머니이고, ‘버’는 아버지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똑같이 감사하는 날이다. 미국에서는 어머니날이 5월 둘째 일요일이고, 아버지날이 6월 셋째 일요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 번의 특별한 날을 가지게 된다. 이 날들을 뜻 깊게 보내고 싶다. 값진 선물이 오가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다정한 마음이 오가는 날이기를 바란다. 몇 어린이가 쓴 편지다. ‘엄마, 아빠에게 키스할게요. 사랑해요. 엄마, 아빠의 예쁜 딸’ 이 어린이는 돈이 없었나보다. ‘엄마 아빠, 아빠 엄마 똑같이 사랑해요. 나 철호’ ‘엄마와 아빠 제일 좋아요. 엄마가 돈을 주지 않아서 선물 못 샀어요. 속상해요. 스잔’ 아무래도 이들은 심청과 함께 사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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