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들이여 술을 끊어라!

2013-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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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높은 자리엔 함부로 올라갈 게 아닌가 보다. 언젠가는 반드시 떨어질 날이 있기에 그렇다. 그런데 어떤 때는 바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의든 타의든, 잘못돼 떨어질 땐 추풍낙엽이라 해야 할까. 아니 추풍의 낙엽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휘날리며 떨어지지만 이건 그렇지도 못하다. 날개 부러진 새처럼 떨어진다는 예가 더 좋을 듯싶다.

윤창중.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X창중이라 불렸단다. 정치부기자 출신에 논설위원까지 지낸 윤창중. 올라갈 때는 기차게 올라갔는데 떨어질 땐 X차게 떨어졌다. 타의도 아닌 자의에 의해서. 대통령인수위 대변인에서 청와대대변인이 될 때까지 여론은 빗발치듯 그의 언행이 자격미달이라 했다. 그런데도 박대통령은 그를 어여삐 여겨 중용했다.


중용까지는 좋았다. 그럼 끝까지 잘 모셔야지. 박대통령은 믿던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 아니다. 들끓은 여론을 무시한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윤창중. 자기가 무슨 바바리맨인가. 나이어린 여대생에게 알몸까지 보이며 추태를 부렸으니. 자신은 물론 대통령과 나라망신을 시켜도 이렇게 시킬 수는 없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더니.
세상사 모든 것이 순풍에 돛단 듯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렇지가 못한 게 세상사다. 박근혜정부의 시작부터 인사불통이란 말이 난무하면서 후유증이 계속되니 그렇다. 청와대측이 동포간담회에서 동포기자를 취재도 못하게 무시하고 잘 돌아갔나 싶더니만 웬걸 불똥이 엉뚱한 곳에서 떨어져 전 세계가 한국정부를 우습게보고 있다.
이제는 박대통령의 대국민과 대동포(미국)에 대한 사과까지 나온 후라 수습단계에 들어가고 있지만 한국 정부에 망신이 뻗쳐도 보통 뻗친 게 아니다. 대통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청와대 대변인. 뭐가 부족한 게 있나. 그런 그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혹자는 “그 사람 혹시 정신병자 아니었나!”라며 그의 정신병력까지도 들추어내고 싶어 한다.

술이 원인 중 하나다. 탈렌트 박시후도 술 먹은 상태였다. 강간으로 고소당해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었나. 고소가 취하 되어 불기소 처분됐지만 남자에게 여자 문제가 발생할 땐 반드시 술이 개입된다. 술 안 먹은 말짱한 상태였다면 이런 일들이 벌어질 리가 없다. 술은 사람을 흥분, 격화시키는 요소가 있다. 술 많이 먹으면 남자는 X가 된다.

사람의 욕심. 남자의 욕정. 끝이 없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 때 왜 남자와 여자로 만들었을까. 차라리 지렁이처럼 한 몸에 양성(암컷과 수컷)을 가지도록 만들었다면 성에 관한한 그 어떤 범죄도 일어나질 않을 텐데 말이다. 남자들의 성적인 욕구로 인한 치부와 범죄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윤창중, 욕정의 덫에 걸린 한 사내에 불과할 뿐이다.

사기에 보면 중국에선 죄를 지은 죄수들에게 궁형이란 형벌을 많이 내렸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도 궁형을 당한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그 벌이란 남자의 생식기를 거세해 버리는 형벌이다. 어쩌면 욕정에 미쳐, 모든 남자들에게 도매금으로 망신살을 뻗치게 만드는 남자에겐 이런 궁형이 적합하지 않을까. 그러나 죽기 전에는 그 버릇 못 고칠게다.

방송기자들이 그(윤창중)의 아파트에 찾아갔을 때 안에선 그의 아내의 통곡 소리와 엄마를 위로하는 자식의 목소리가 녹음에 잡혀 방영됐다.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청와대대변인 자리. 그 자리에서 하루아침에 파렴치 성 범죄인이 되어 버린 남편의 몰락. 얼마나 억울하고 슬프면 통곡까지 할까. 도대체 아내와 자식이 무슨 죄가 있나.

착각은 자유다. 그러나 착각할 걸 착각해야 한다. 한국의 고위공직자란 사람이 미국을 한국으로 착각했나 보다. 미국은 다르다. 이곳에선 여자 어린이 잘못 쓰다듬어 주어도 큰일 난다. 그런데 처녀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뭘 좀 해보려고 했으니 될 말인가. 청와대대변인하고 함께 술 마셨다고 몸이라도 줄줄 알았나. 착각도 유분수지.

윤창중. 그는 떨어졌다. 그러나 한국정부와 한국국민, 미국동포와 동포사회가 받은 수치와 치욕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하나의 전제는 박근혜정부의 소통불능과 인사불통이 먼저 치유되어야만 한다. 바바리맨,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반드시 내려올 때가 있다. 내려와야지 떨어져선 안 된다. 남자들이여, 술을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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