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윤창중 사태’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다

2013-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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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미일정 중 행사에 투입된 현지 한인 인턴여성에 대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사태는 피해자는 물론, 자녀를 가진 부모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가 대통령 순방 일정 중에 고위공직자로서 자행한 부적절한 행위는 파렴치를 넘어 거의 충격적인 수준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 인턴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면서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았으며, 또 이튿날 새벽에도 호텔방으로 불러 그녀가 와서 문을 열었을 때 알몸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다.

피해인턴 측에서 경찰에 신고하자 몰래 현장을 떠나 서둘러 귀국했다는 점, 또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진실공방 양상으로 사태를 몰아간 점 등에 대해 한인사회는 그를 반드시 미국법정에 세워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사건의 진실은 현재 미 당국이 조사 중이어서 아직 잘 모른다. 단지 새로운 의혹이 드러날 때마다 피해여성과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한인사회에서는 미주한인사회를 우습게 본 행위가 아니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도로만 접하던 일부 한국권력자들의 전형적인 파렴치행위를 그가 이번에 미주 인턴여성을 대상으로 자행했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박 대통령이 대국민사과 발표까지 하는 등 한국은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하지만 미주한인들이 원하는 건 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그에 합당한 응분의 처벌이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도 피해인턴과 한 호텔방을 쓴 워싱턴 문화원직원의 즉각적인 신고가 있었기에 노출됐지 아니면 묻힐 뻔 했다. 신고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 직원은 사건 신고직전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이 사건은 일각에서 은폐 혹은 축소 시도를 한 정황 등도 확인 중에 있는 만큼 사건의 모든 진실은 더욱 명백히 밝혀져야 하고, 한국당국은 미 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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