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 대통령의 게임이론

2013-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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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려고 할 때나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극단적인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경우, 상대방보다 앞서 나가기 위해 구사하는 선택적 전략을 게임이론이라고 한다. 게임이론은 일반적으로 각종 스포츠 경기를 비롯 자녀들의 대학선택, 기업간 상품경쟁, 나아가서는 국가간 경쟁에 이르기까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국가적 위기에서 이 게임이론으로 성공한 사례는 1962년 10월 미.소 간에 발생한 쿠바 미사일 사태를 극적으로 해결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해상봉쇄’ 전략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상황은 소련이 케네디의 조치에 반발, 보복하면 미·소간에 핵전쟁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런 위기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극단적인 전략, 즉 게임이론을 잘 활용해 미.소간의 전략적 외교에서 승자의 고지를 점령했다. 소련의 패배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전략적 수가 미국의 수보다 적은 것이 원인이었다. 게임이론의 승자는 바둑의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것과 같이 전략의 수가 많은 쪽이 이기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현재 남북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전략적 관계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이 아닐까.
북한이 핵을 무기삼아 고립상태에서 계속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나, 또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등은 쿠바사태 당시 소련이 취하던 핵 위협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은 이제 남한이 쓰는 전략적 강수에 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제적 여론이 100% 불리한데다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오로지 핵무기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을 돌봐주던 중국도 이제는 미국의 설득으로 압박을 가하기 시작해 북한이 쓸 수 있는 전략적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한 상호협조를 상징하는 개성공단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 철수를 강행하고 나선 것은 남한이 이미 기 싸움에서 기선을 잡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제에 박 대통령이 이번에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를 더욱 굳건히 하고 다음에는 중국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우방과의 관계강화는 게임이론에서 승자의 고지를 차지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남한은 이미 북한을 겪을 대로 겪었다. 그동안 무작정 퍼주기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북한이 군사력 강화, 핵무기 개발을 한 것을 알았다. 이제는 북한의 요구대로 남한이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북한은 계속 핵무기허용과 경제원조를 요구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핵 포기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하루 빨리 수용, 국제적 미아상태에서 벗어나 기아에 허덕이는 2,500만 주민을 살려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도발 위협에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공전략으로 선회하고 나섰다. 박대통령이 이처럼 강수로 나오는 것은 북한의 전략을 이미 꿰차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흔히 불통이미지로 거론되고 있다. 그에게는 또 포커페이스라는 별칭도 자주 따라 다닌다. 그가 이런 이중적 얼굴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대중국, 일본, 미국과의 사이에 어떤 고도의 외교전략으로 국가적 이익과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녀만의 독특한 전략적 게임이론에 기대가 모아진다.

반세기 전 쿠바위기 사태를 야기한 후르시초프의 위협을 단숨에 물리치고 미국의 승리뿐 아니라 세계를 핵무기 전쟁에서 구해낸 케네디 대통령과 같은 탁월한 외교전략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이번 그의 한미정상회담에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성공적 외교전략이 글로벌 시대 고국의 위상증대, 경제적 발전 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도모로 우리의 이민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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