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칼럼/ 해외 금융자산 보고

2013-05-0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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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열 번 전화보다 한번 만나는 것이 낫다. 그동안 전화나 이메일만 나눴던 사람들을 이번에 한국에 나와서 모두 만났다. 미국 손님들의 해외금융자산 보고(FBAR, FATCA) 때문에 그동안 부탁도 하고 질문도 했던 정부 공무원들도 있고 은행이나 회계법인 사람들도 있다.

전화나 이메일로 아무리 대화를 많이 나눠도 결국 땅콩 안주에 시원한 생맥주를 따라갈 수 있을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얼굴 맞대고 나누는 대화를 이길 수 없다. 한국의 은행들이 계좌정보를 미국에 보고하는 문제로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왜 1년을 더 연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세계는 탈세방지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5개국은 최근에 자동공유(Automatic Exchange of Information) 협정을 체결했다. 각자 갖고 있는 은행 정보를 해당 국가에 자동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버진아일랜드의 비밀계좌를 폭로했고 거기에는 미국 주소의 한국 이름도 있다고 한다.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는 핵심 국정과제로 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 국세청이 최근에 전국 세무관서장 특별회의를 여는 등 앞으로 강력한 조세개혁이 예상된다. 요즘 한국에서는 은행에서 돈을 빼, 집에서 보관할 수 있는 금고 판매가 늘고, 골드바를 사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영국의 비정부기구(NGO)인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외국으로 불법 송금된 돈이 8,000억달러나 된다. 한국 정부는 미국 등 외국에 많은 자금이 숨어있을 것으로 보고 역외탈세(offshore tax evasion) 색출에 힘을 쓰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협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조세정의에 맞고, 두 나라에 모두 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은행들도 미국에서 계속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국 국세청(NTS)이 한국 사람편이 아니라 미국 국세청(IRS) 편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계좌내역이 담긴 항복문서를 들고 미국 국세청에 들어갈 수 있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고 있다. 그러니 법을 지키는 것만큼 편안한 것이 있을까? 더 이상, 가재는 게 편이 아니고,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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