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성 원웨이 티켓

2013-05-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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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렬 (교육가)

학술 연구를 위해 어느 지역에 가려는 사람이 원웨이 에어티켓을 샀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재미있는 수수께끼다. 그 지역에서 주저앉아 살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 돌아오는 티켓은 거기서 사려고, 그 곳에서 돌아올 때는 친구가 티켓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하여서, 그 곳에 자신의 자가용 비행기를 보관하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답이 나왔다. 그런데 수수께끼를 낸 사람의 정답은 ‘돈이 모자라서’였다니까 재미있어서 웃게 된다.

흥미 있는 신문기사가 있다. ‘화성 원웨이 티켓’을 지원한 사람이 1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왜 이 티켓이 원웨이인가. 현재까지의 과학기술로는 화성에서 안전하게 지구로 되돌아올 수 있는 것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화성에서의 생존은 보장할 수 있나?


네덜란드 마스 원(Mas One) 대표인 공학자 바스 란스도르포가 설명하였다. 화성정착촌 프로젝트는 여러 차례 로봇을 화성에 보내 사람이 살 수 있는 외곽기지를 건설한 뒤... 그의 설명이 계속된다. 결국 우주인들이 화성에 돔을 지어 그 안에서 생활하도록 할 예정이다. 사람이 화성에서 살거나,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일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생명이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만 명이 참가 희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란 약하고도 강하며 또한 다양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원웨이 티켓을 사려는 목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통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 첫째가 모험심이라고 본다.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감행하고 싶은 욕망이 우리에게 있다. 둘째, 인류역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어차피 제한이 있는 삶의 길이다. 만일 인류역사에 남을만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셋째, 과학도의 마음이다. 앞으로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화성에 흥미가 있다. 넷째, 쉴 새 없이 내뿜는 호기심이다. 그 중의 하나가 화성에 대한 흥미일 수 있다. 다섯째, 현실 도피다. 지구생활이 고단하고, 일상에 지쳐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가질 때가 있다.

필자가 생각해본 각종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원자의 수효도 놀랄 만하다. 지원자 중에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하여튼 재미있는 현상이어서 관계 기사에 계속 주목할 생각이다. 결국 인류역사의 발달은 이런 사람들의 공헌으로 급격히 진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이동하면서 주머니 속에 세계를 넣고 다닌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넓게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런 놀랄만한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그 싹을 키운 결과라고 본다. 더 재미있게,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뜻있게, 더 많은 여럿이 어울리며...세상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우리들은 차츰차츰 채워가고 있다. 그래서 삶이 더 풍부해지고, 더 알차고, 더 짜임새가 있고, 더 아름답게 영글어가고 있다. 또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도 우리의 지혜가 이룬 결과이다. 즉 옛날에 일 년 걸렸던 일의 처리가 일주일, 아니 하루에 그 결과를 알 수 있음은 얼마나 놀라운 성장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일생의 길이가 몇 십 배로 늘어난 셈이다.

하여튼 이런 전환기에 살게 된 것이 행복하다. 초특급으로 날아가는 이 시대에 부응하여 우리의 생각도 스피드업해야 할 것이다.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뒤따라간다면서 구경하기보다는, 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스피드를 낼 때, 이 시대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지구로 되돌아 갈 수 있는 티켓을 속히 광선으로 보내주시오. 화성의 소식을 직접 전하겠으니...’ 화성 탐험가들한테서 메일이 왔다. 마스 원 대표 바스 란스도르포가 머리를 긁는다. ‘원웨이 티켓을 준 것이 잘못이었다니까.’ 그는 화성 주민들의 귀환을 위한 환영회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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