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Out of Gotham

2013-05-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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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 2002년 시장에 오른 뒤 시민들의 건강에 지대한 관심을 각종 규제안을 통해 표출해오고 있다. 2006년 식당내 트랜스 지방 사용 금지, 2008년 식당 메뉴 칼로리 표시제, 2010년 식당 위생 등급 표시제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는 대용량 과당 음료 규제안을 추진했다가 시행 전날인 지난 3월11일 법원에 의해 무효화됐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제는 담배를 규제하겠다고 나섰다. 업자들이 담배를 소비자들이 보이는 곳에 진열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어 담배 구입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21세로 조정하고 담배 판매 최저 금액을 10달러50센트로 정할 것을 추진중이다.

시민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블룸버그 시장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의 칼로리 표시제와 위생 등급 표시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 때문에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명분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블룸버그 시장은 선을 넘고 있다. 시민들의 비만을 막는다며 식당 및 델리 업주들이 16온스 이상 과당 음료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소상인들이 담배를 숨겨놓고 팔도록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은 직권 남용이다. 사회의 안정과 공의를 위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 더 나은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선택의 기회마저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소상인들은 블룸버그 시장의 규제 강화에 대해 벌금으로 뉴욕시 재정을 충당하려는 꼼수라고 비난하지만 이보다도 소비자, 더 나아가서는 사람의 권리를 마음대로 조절하겠다는 것이 더 큰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인권을 무시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존중받아야 할 상인들이 합법적인 판매행위를 하면서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식 뉴욕한인식품협회장은“담배를 숨겨서 팔라니 업주로서 모멸감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면서까지 그가 성취하려는 규제가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것도 더욱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최선의 의도가 꼭 최선의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당음료 규제가 시행이 됐다면 블룸버그 시장의 의도대로 시민들의 비만을 줄일 수는 있었겠지만 뇌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논란 중인 아스파탐이 함유된 다이어트 음료의 폐해는 더욱 늘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블룸버그 시장이 합법적인 독재자라고, 뉴욕시를 보모 도시라고 비아냥거린다. 영화 ‘배트맨’에는 어둠의 도시인 ‘고담 시티’가 등장한다. 고담 시티는 200년전 지어진 뉴욕시의 별명으로, 뉴욕시는 영화속 고담 시티의 모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시장의 지나친 간섭이 소상인들에게 뉴욕시를 영화 속 고담시티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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